▣ 이승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yami@hani.co.kr
인터넷에서 ‘친일’ 꼬리표가 붙으면 끝장이다.
최근 영화배우 채민서씨가 일본 영화 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네티즌들은 채씨의 팬 사이트에 찾아가 “영화가 자위대의 재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라면서 채씨에게 “영화 출연 포기”를 촉구했다. 일부 네티즌은 채씨에게 “나라 팔아먹은 이완용 딸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채씨는 이 논란으로 인해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자 자리도 내놔야 했다.
좀처럼 파문이 가시지 않자 채민서씨쪽은 “는 일본군 간부와 무국적 스파이가 함께 도쿄를 겨냥하여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외치는 가상의 설정으로, 일본 사회 속 병폐와 무책임함을 꼬집는 영화”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난 네티즌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일본 영화 출연 논란 ‘파장’만 키웠다.
또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탤런트 이승연씨처럼 민감한 과거인 위안부 문제를 잘못 표현했다가는 네티즌들의 집중 포화를 당한다. 이 교수는 문화방송 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를 ‘성매매’로 얘기했다가 서울대 경제학부 홈페이지가 네티즌 포화로 쑥대밭이 되게 만들었다.
앞서 탤런트 이승연씨도 ‘위안부 누드’를 찍었다가 연기인생 마침표 근처까지 갔다. 이씨는 운 좋게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씨는 ‘위안부 누드’ 파문 뒤 새 영화가 나올 때까지 7개월 가까이 숨죽여 지냈다.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정치인 가족의 ‘친일 경력’ 시비도 메가톤급 위력이 있다.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부친의 ‘친일 시비’가 알려진 뒤 당 의장직을 내놓았다. 이미경 의원도 부친의 ‘친일 시비’로 곤혹스러워했다. 인터넷에 한번 찍히면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인터넷에 찍히면 죽는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치인이나 그 주변의 ‘친일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친일청산규명법 통과에 반대한 의원들의 명단과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풍자합성사진(패러디)까지 만들어졌다.
김삼웅 성균관대 겸임교수는 “정치인나 교수의 발언은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의식화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발언에 대한 비판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부모의 친일 행적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친일반민족진상규명특별법을 빨리 개정해 친일 문제를 역사적으로 사실적으로 판단해 역사의 쓰레기통을 분리수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친일 추적’은 반민특위처럼 ‘비극적 종결형’이 아니다. 추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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