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살아남느냐 쓰러지고 마느냐. 하이닉스의 운명을 좌우할 안팎의 변수로 사업 구조조정과 채무 재조정 등 내부조건과 향후 반도체 시장 상황이라는 외부 조건을 들 수 있다. 특히 독자생존론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하이닉스 부실의 기본 원인은 공급과잉에 따른 반도체 가격폭락인데 주종목인 128메가 D램값이 개당 5∼6달러 이상이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사실 채무 재조정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고 사업매각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하더라도 현금확보의 원동력은 시장의 D램 값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시장상황은 하이닉스를 더욱 초조하게 한다. 하이닉스 전체 제품의 70%를 차지하는 SD램은 올해 한때 128메가 기준으로 1달러대까지 폭락해 영업원가(3∼3.5달러)에도 못 미쳤다. 생산이 곧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12월12일 현재도 128메가 SD램 평균값은 2.2달러, 256메가 D램은 3.25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올 여름 이후 상승랠리를 보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D램 값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DDR 현물값은 지난 11월4일 8.88달러(256메가 DDR 기준)로 정점을 찍은 뒤 12월12일 평균 6.36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전문가들은 이 달에 6달러대가 무너지고, 내년 초 5달러대가 지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다면 사상 유례없는 불황에 놓인 반도체 경기는 언제쯤 상승세로 돌아설 것인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에 반도체 값이 본격 회복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반도체가 경기회복되면 하이닉스가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반도체 경기회복 시점이 내년 2분기가 될지, 하반기가 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경기 사이클은 3∼4년 주기로 V자형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패턴이 무너지고, 대신 정보기술(IT) 산업수요와 반도체 업계의 기술발전 속도에 따라 주기가 불규칙해졌다. 이런 반도체 경기회복 시점의 불투명성도 하이닉스 정상화를 둘러싼 예측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게다가 반도체 시장은 차세대 메모리인 DDR D램이 주류를 이루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대신 SD램 시장은 점점 좁아지는 추세인데, 하이닉스는 다른 업체보다 DDR 비중이 낮다. 그만큼 반도체 호황이 찾아왔을 때 재빨리 큰돈을 벌어들이기 어려운 처지다. 특히 전 세계 반도체 업체끼리 빅뱅이 일어나는 등 불황 돌파전략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지만, 하이닉스는 채권단 손에서 처리가 마냥 늦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에서 뒤처져 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더 악화된 만큼 반도체 경기회복만으로 하이닉스가 재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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