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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형제경영’ 체제

등록 2002-08-29 00:00 수정 2020-05-03 04:22

[아시아나항공]

금호그룹은 재계에서는 드물게 독특한 ‘형제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창업주인 박인천 전 회장의 큰아들 박성용(71) 전 회장이 1984년 회장직을 이어받았으며, 지난 7월13일 타계한 둘째아들 박정구 전 회장이 1996년부터 그룹을 맡아왔다. 이 전통을 이어받아 셋째아들인 박삼구(57) 부회장이 오는 9월1일 정식 회장에 취임하면 3형제가 사이좋게 돌아가면서 경영을 맡는 보기 드문 전례가 만들어진다. 넷째인 박찬구(54) 금호석유화학 사장도 일선에서 경영을 맡고 있어 회장 형제승계 체제가 4남까지 이어질지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5남 박종구(44)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은 아주대 교수를 지내다가 현재 공직에 몸을 담고 있어 경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의 모회사라고 할 수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지분구조를 봐도 이런 정황을 잘 알 수 있다. 박성용 전 회장(3.11%), 박정구 전 회장(3.11%), 박삼구 부회장(3.06%), 박찬구 사장(3.06%) 등으로 네 형제가 12%의 지분을 고르게 나눠갖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룹의 양대 주력회사인 금호산업의 지분을 45.72%,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15.05%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또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29.82%를 보유하고 있어 금호석유화학이 금호산업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형태로 짜여 있다.

이러한 지분구조와 형제경영이라는 전통 때문에 주요한 의사결정은 가족회의에서 이뤄진다. 이번에 박정구 전 회장이 별세하고 후계구도를 결정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삼구 부회장은 박정구 전 회장이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2001년 2월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을 맡아왔기 때문에 후계체제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는 박인천 전 회장이 1946년 광주택시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48년 금호고속의 모태인 광주여객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1960년 삼양타이어를 설립해 현재 금호그룹의 기반을 닦았다. 금호는 1988년 제2민항 면허를 따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여왔으며,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룹이 존립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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