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해도 참 싸게 샀다.”
르노삼성의 한 직원 얘기다. 르노가 지난 2000년 9월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삼성그룹이 자동차사업에 투자한 돈은 납입자본과 차입금 등 자그마치 4조원가량에 이른다. 그런 삼성차 인수대금으로 르노는 6150억원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명목상의 가격일 뿐이다. 인수대금중 1540억원만 바로 지급하고 나머지 4610억원은 무이자로 장기분할 상환하기로 했기 때문에 실제 인수대금은 그보다 훨씬 작다. 르노삼성의 2001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2000년 9월1일 기준으로 장기미지급금의 현재가치는 2011억원이다. 결국 르노삼성이 삼성차의 자산·부채와 경영권을 인수한 실제비용은 정확히는 삼성차의 순자산가액인 3551억원이었던 셈이다.
여기에다 르노삼성은 장기미지급금도 회사가 잘될 경우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004년부터 상환하게 될 자금내역을 보면 우선 5년 동안은 조건 없이 매년 55억원을 갚는다. 그리고 이자 및 세전이익(EVIT)이 플러스로 돌아선 경우 연간 55억원을 더 갚고, 이자 및 세전이익의 10%를 추가로 갚는다. 한해 1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환액수가 500억원대로 커지는 것은 2014년 이후다. 따라서 그때까지 회사가 존속하지 못하면 채권단은 돈을 받기 어려워진다. 돈을 받기 위해서라도 계속 돌봐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르노의 삼성차 인수가 가져온 긍정적인 면도 있다. 르노삼성은 현재 47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이와 함께 1만5천여명의 간접적인 고용을 창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르노삼성이 삼성의 손을 벗어난 뒤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삼성그룹은 아직도 삼성차 주인 시절의 뒤처리를 말끔하게 끝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차의 금융권 부채 2조5천억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주당 70만원씩 계산해 부채를 청산할 수 있다는 게 당시 삼성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상장은 이뤄지지 못했고, 주식의 해외매각도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권은 지금 삼성생명의 주식가치를 삼성이 담보로 제공했을 때의 절반 이하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차 부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아무런 전망도 없이 그저 표류하고 있을 뿐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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