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환율 급등으로 국내 증시는 요동쳤고, 원자재가와 물류비 상승으로 국내 물가 불안도 심화하고 있다.
2024년 4월16일 오전 11시30분께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기록했다. 4월5일 1350원을 넘은 이후 지속한 급등세가 1400원 선까지 나타난 것이다. 이제까지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기록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급격한 금리 인상 때 등 세 차례뿐이다. 이에 한·미·일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각) 구두개입에 나섰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9원 내린 1372.9원으로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달러 가치가 높아진 것은 ‘중동 리스크’의 영향이 크다. 이란은 4월13일(현지시각) 자국 영사관을 공격한 이스라엘의 본토에 보복 공격을 가했다. 4월17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지 <시엔비시>(CNBC) 방송 인터뷰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주변국(일본과 중국)의 엔화와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리라는 전망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4월16일(현지시각)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이 드는 데까지는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플레이션 둔화가 보일 때까지 기준금리(현 5.25∼5.50%)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을 이끌며, 달러가치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급변하는 중동 정세로 유가 또한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은 국내 경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석 달째 수입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유가와 환율이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도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1%이고, 특히 사과값이 같은 기간 88.2% 오르는 등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이미 생활물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고환율·고물가·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도 연기되고, 이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가계부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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