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면 중앙·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이어져 경기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
2022년 12월15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완화는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2023년도 예산으로 55조8885억원을 편성하면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5조7천억원 삭감했는데, 이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다주택자 세금 완화도 ‘부자감세’가 아닌, 임차인에게 전가될 세금을 막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다주택자가 덜 낸 세금만큼 임대료를 깎아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적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 공공임대주택이 절실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가 정부 정책에 담겨 있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당장 국토부가 대폭 삭감한 예산 가운데 ‘정말 어려운’ 계층을 위한 매입임대, 전세임대주택 예산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매입임대나 전세임대는 새로 짓는 게 아닌, 기존 주택을 공공이 사들여 주거 취약계층에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으로 임대료가 통상 시세 대비 최저 30%에서 최고 80% 수준이다. 이런 예산까지 깎으면서 서민을 위한다는 게 앞뒤가 맞는 설명일까.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을 저지하기 위한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의 국회 농성이 이날로 60일차가 됐다. 이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렇게 물었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한 사람을 대통령은 단 한 명이라도 아는가. 2년의 계약 시점을 기다리며 불안감에 밤잠 설치는 친구가 있는가. 이번달 월세는 어떻게 내야 할까 전전긍긍하면서도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지 못한 집에 살아야 하는 이들이 겪는 하루하루 고충에 대해 이토록 무지할 수 있는가.” 대통령 지인 중에 과연 무주택자가 있긴 할까.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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