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ISDS)의 결론이 10년 만에 나왔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는 론스타의 요구액 중 4.6%를 한국 정부가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배상해야 할 금액은 2923억원(2022년 9월1일 환율 기준) 상당이다.
2012년 론스타는 분쟁을 제기하며 46억7950만달러(약 6조3187억원)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가 고의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바람에 손실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매입(1조3834억원)했다가 2012년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매각액 3조9157억원)했다. 론스타는 또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지분을 매각하려다 불발돼 손해를 입고 이중과세 등 부당과세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한 것은 부당하다고 봤지만,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유죄 판결도 매각 가격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매각 승인 지연에 대해서만 한국 정부에 절반의 책임이 있다며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밖에 HSBC 거래 무산 등 다른 쟁점에 관해선 전부 한국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 정부가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애초 론스타 쪽이 요청한 금액이 터무니없었다는 측면에서 절반은 패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판정 취소 신청’ 의사를 밝혔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협정에 따라 중재 당사자는 판정 후 120일 이내에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취소 신청에 대한 결과는 최소 1년 이상 걸려 나올 전망이다. 취소 여부 판단은 단심제로 이뤄진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배상 액수 자체가 2800억원에 이르는 국민의 혈세”라며 “(취소 신청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론스타 사건은 한국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배상을 해야 하는 사건으로 남는다. 이전에 패소한 사건의 배상액은 730억원 정도였다.
이미 소송 과정에서 투입된 비용만 약 478억원에 이른다.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이자(법무부 추산 185억원)도 배상해야 한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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