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으로 남겨두던 아파트 건물의 운명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21년 12월15일 회의를 열어 ‘흔적 남기기’ 대상인 개포주공 1단지 1개동, 4단지 2개동의 철거를 논의한다. ‘흔적 남기기’는 건축사·문화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전부 또는 일부 남겨 주거생활박물관 등으로 탈바꿈시키는 서울시 사업이다. 다음 세대에 유·무형의 자원을 전수하자는 취지다. 개포 주공1단지(1개동), 4단지(2개동), 반포 주공1단지(1개동), 잠실 주공5단지(1개동)가 ‘흔적 남기기’의 일환으로 아파트 한 동 이상이 남겨졌다. 같은 취지로 감시탑과 담장 일부를 남기려던 성동구치소 터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뒤 철거가 결정됐다. 철거가 결정되면 조합은 정비계획을 변경해 새로운 용도의 건물을 들어서게 하거나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
도시연대, 청계천을지로보조연대, 노동도시연대 등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론화 과정 없는 사업 백지화 시도”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현재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 중이다. 철거에 힘을 싣는 견해도 있다. “새로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 사이 오래된 저층 아파트는 흉물”이라며 도시 미관과 붕괴 등 안전을 우려해서다.
개포주공 재건축 과정에서 나무 등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성민 감독은 “왜 수백 명의 동네 사람이 사라지는 아파트를 보고 기록하기 위해 찾아오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며 “흔적 남기기 사업에 사람들이 기대했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물은 남기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도시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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