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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이 궁금해하고 원하는 것에 포인트를

PT 잘하는 비법 ①
등록 2013-10-01 13:19 수정 2020-05-03 04:27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뭘까. 죽음? 지진? 태풍? 외계인 침공? 지구의 종말?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조사해보니,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거였다. 당신도 발표만 하면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말더듬이가 되지 않는가.
10여 년 전 나는 그랬다. 취직 준비를 포기하고 생소한 프레젠테이션(PT) 컨설팅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는데 워낙 말재주가 없어서 고민이었다. 어쩌다 등 떠밀려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라도 해야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준비하는 내내 소화제를 달고 지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견디며 달려오다보니 지난 10년간 다양한 PT를 경험할 수 있었다. 대통령 업무 보고부터 수주 경쟁, 기관 소개, 개인의 창업까지 말이다. 처음엔 뛰어난 말재주를 타고난 사람이 마냥 부러웠다. 하지만 현장에서 숱한 경험을 하며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렀다. ‘PT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성실하게 준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PT는 말재주가 아니라 준비의 싸움이다.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내용을 만드는 기획 단계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첫 번째 고민거리는 ‘무슨 내용을 말해야 할까’다. 몇 년 전 건물관리 시스템을 제작하는 한 중소기업에서 전화가 왔다. 몇 달 동안 고민해 제안서를 준비했는데 영업 실적이 형편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제품은 훌륭한데 PT를 본 고객이 시큰둥하다고 했다. 제품의 상세 기능까지 정성껏 넣었는데 참 이상한 일이라고.
회사 일이 아니더라도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한바탕 부부싸움을 한 뒤 아내의 화를 풀어주려고 ‘무슨 내용을 말할까’ 며칠간 고민해 말을 꺼냈는데 그게 더 큰 싸움의 계기가 돼버린 경험, 누구에게나 있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일까? 질문이 잘못돼서다. ‘무슨 내용을 말할까?’를 ‘청중은 무슨 내용을 궁금해할까?’ ‘아내는 어떤 말을 듣고 싶을까?’로 바꾸면 ‘만사형통’이다. PT의 주체는 프레젠터가 아니라 청중이기 때문이다. 앞서 중소기업은 내 권유에 따라 고객이 궁금해하는 대표 질문과 답을 보여주는 PT를 다시 만들었다. 원고 분량을 3분의 1로 줄였는데도 고객 만족도가 높아져 매출 곡선이 급상승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혼 초 우리 부부는 싸우면 한참이나 냉전을 겪었다. 화해하려고 비싼 꽃다발을 사갔다가 된통 바가지만 긁히고 전투는 2차, 3차로 확전됐다. 반면 요즘엔 금세 해결한다. ‘무조건 미안해’라고 말하고 꼭 안아주면 그만이다. 아내가 원하는 화해의 제스처란 그것이니까.
회사에서 인정받고 가정의 평화도 지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청중은 무엇을 궁금해하고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지금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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