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표다. 온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진다.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렸다. 그래도 나소심씨는 더듬더듬 시작한다. “먼저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참석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프레젠테이션(PT)을 할 수 있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다소 부족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대하던 청중이 실망한 표정으로 딴청을 피운다. 스마트폰을 꺼내고 몇몇은 아예 밖으로 나가버렸다. 냉담한 반응에 더욱 당황한 나소심씨는 실수를 연발한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망스런 PT를 한 나소심씨는 더 심한 무대공포증을 앓게 됐다. ‘열심히 해도 난 안 되나봐.’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나소심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나도 수없이 경험하고 좌절했다. PT를 할 때면 체해서 소화제를 달고 살아야 할 정도였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쓴 책이나 강의를 다 봤다. 그들이 추천한 대처 요령은 이랬다. ‘명상하라’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고 힘을 주어라’ ‘발가락에 힘을 주어라’.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나만의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일단 두려운 이유를 생각했다. 간단했다. 청중에게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까봐였다. ‘떨리는 순간 청중이 내 발표에 만족한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만 있다면 자신감이 생길 텐데…. 내 PT가 얼마나 특별한지로 이야기를 시작해 청중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보자.’ 특별한 오프닝을 만들려고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청중의 고민이 무엇이며 해결책을 찾으려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가’ ‘나와 청중에게 이 PT가 주는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나소심씨의 오프닝이 이렇게 달라진다. “여러분은 에너지 절약 설비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격, 품질, 기능성 등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 300여 명의 고객에게 직접 설문조사해보니, 에너지 절약을 자동화한 제품을 90%가 꼽았습니다. 다른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말이죠. 에너지 절약 자동화와 생산성 향상을 중심으로 PT를 준비했습니다. 에너지 절약, 업무생산성 향상, 근무만족도 향상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아주 특별한 기술을 이제부터 만나보십시오.”
오프닝의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말재주나 유머감각이 부족해도 이렇게 누구나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무대공포증 때문에 PT가 부담스럽다면 오프닝에 공을 들여보라. 나소심이던 사람도 한순간에 나대범으로 변할 것이다. 당신이 준비한 이야기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청중과 PT를 즐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남기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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