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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삼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마라

PT 잘하는 비법 ⑤
등록 2013-11-27 14:45 수정 2020-05-03 04:27

프레젠테이션(PT)이 끝나고 청중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격려하면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쁘다. 반대로 현장 분위기가 그저 그렇다면 대역죄인처럼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때 우리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떠안으며 PT를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만하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만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남아 있기도 하다. 성공의 크기는 최대화하고 실패의 크기는 최소화하는 일이다.
PT에서 성공과 실패란 현장 분위기의 좋고 나쁨일까.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PT에서 성공의 본질은 목표의 달성 여부다. 따라서 사전에 정한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목표는 측정 가능하고 달성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약 목표를 쟁취하지 못했다면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화나 전자우편으로 설득 작업을 이어가거나 후속 PT 기회를 요청하는 일이 그렇다.
만약 PT에서 결단을 촉구했다면 PT가 끝나고 사흘 안에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인간은 하루만 지나도 학습한 것의 70%를 잊는다(망각곡선이론)고 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간이 흐를수록 불리해지는 게 발표자의 운명이다. 따라서 청중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마라. 그렇다고 무턱대고 매달리는 건 우습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청중 스스로 신속히 결단하도록 유인책을 제시하자. 사흘 이내에 결단할 때만 제공하는 ‘한시적 혜택’ 같은 것 말이다.
참고자료나 계약 안내사항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자료는 긴급한 건을 제외하고 바로 발송하면 오히려 손해다. 청중을 자극할 기회를 날려버리는 꼴이다. 우선 긴급한 자료를 PT 다음날 오전에 전송한다. 다음 자료는 사흘 뒤에 보낸다. PT가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쯤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자료를 보내면서 메시지를 덧붙이면 훨씬 자연스럽게 설득할 수 있다. 참고자료는 급한 게 아니므로 2주가 지난 뒤 전달한다. 역시 메시지를 잊지 말자. 1개월이 넘어가기 전에 승부를 결정지어야 한다. 그 기간이 넘어가면 청중은 PT를 완전히 잊을 가능성이 크다.
PT가 끝나면 전자우편과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하지만 이 순간을 위해 당신은 PT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절대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무대 위에서 내려온 그 순간부터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무대 위 모습과 진실의 순간이 동떨어져 있다면 청중은 배신감을 느낀다. 당연히 PT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후속 조치도 끝까지 프로의 모습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이 그토록 고대하던 달콤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

남기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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