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언어 습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면접자의 답변을 정교하게 분석해 알아냈다. 그 결과를 공개한다.
첫째, 대명사의 경우 고성과자가 저성과자보다 1인칭 단수(나)를 3배나 자주 쓴다. 반면 1인칭 복수(우리), 2인칭(당신), 3인칭(그)은 저성과자의 답변에 최고 4배나 많았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간단히 말해 고성과자는 좋은 경험이 많으므로 스스로에 대해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하지만 저성과자는 긍정적 태도를 보여준 경험이 없어 ‘우리’로 시작하는 추상적인 대답을 늘어놓는다. 따라서 면접관은 지원자가 ‘나’에 대해 말하는지(좋은 답변), 아니면 ‘우리/당신/그’에 대해 말하는지(나쁜 답변)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둘째, 동사 시제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가 다르게 사용한다. 고성과자는 과거시제를, 저성과자는 현재·미래시제를 즐겨 쓴다. 예를 들어 고성과자에게 과거 경험을 말하라고 하면 실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한다. 당연히 과거시제가 나온다. 반대로 저성과자는 과거 경험을 물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현재시제), 무엇을 할지(미래시제)를 멋지게 꾸며 답변할 뿐이다. 고성과자와 달리 저성과자는 실제 과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고성과자는 답변할 때 긍정적 감정(기쁜, 신나는, 설레는, 칭찬 등)을 25% 정도 더 많이 표현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긴장, 걱정스러운, 초조한, 회의적인 등)은 저성과자가 90% 정도 더 거론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고성과자는 즐거운 일을 즐겨 얘기하고 부정적 감정 표현을 자제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고성과자는 저성과자만큼 화내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고성과자가 화를 내거나 답답해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화를 내지만(대부분 저성과자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을 해결할 노하우가 있다는 얘기다. 성격적으로도 고성과자는 흥분하지 않으며 그다지 긴장하지 않고 감정도 잘 조절한다. 특히 면접에서 부정적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저성과자는 면접에서도 남이나 상황을 탓하려고 부정어를 쓴다. “우리 부서에서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등과 같이 말이다.
넷째, 수식어가 없는 답변은 고성과자의 몫이다. 직설적이고 사실적이고 개인적인 게 특징이다. 반면 저성과자는 강한 느낌을 주려고 수식어를 남발한다. 사실 내용만 전달해서는 자신의 장점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성과자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던 상황을 말하지 않고 “꾸준히/항상/종종/평소에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고 말한다.
이제 면접자가 사용하는 언어만 들어봐도 고성과자인지 저성과자인지 감 잡을 수 있겠는가.
이병철 시너지컨설팅 대표컨설턴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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