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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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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P를 상상하라

회의 잘하는 비결 ②
등록 2014-07-05 14:38 수정 2020-05-03 04:27

남편과 소개팅으로 처음 만나던 날, 카페에 먼저 도착한 남편이 너무 맞선 분위기가 난다며 약속 장소를 바꾸자고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가 다시 정한 약속 장소는 우습게도 그 카페 입구였다. 이후 우리는 서울 인사동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만족스러운 첫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우리는 매년 결혼기념일이 되면, 똑같은 상황을 재현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사람은 장소와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다. 회의를 소집할 때도 회의 분위기에 맞는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회의 장소는 청결하게 정리·정돈하고, 온도와 채광 상태가 적정한지, 참석자들이 서로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편안한 분위기가 필요한 회의라면, 따뜻한 음료와 간단한 다과로 참석자들이 마음을 열게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노력이 회의에 초대한 사람의 마음을 느끼게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회의를 하려면 내면적인 준비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섯 가지 ‘P’를 챙기며 회의를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Purpose(목적), Product(결과), Participants(참석자), Process(진행계획 수립), Probable Issue(돌발 상황)이다. ‘목적’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목적을 명확하게 세우는 과정이다. 회의 목적은 추상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더 명확하게 회의 산출물인 ‘결과’를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이 그다음이다. 그리고 ‘참석자’는 회의에 누가 참석해야 하는지, 회의 참석자들의 회의 의제에 대한 관점(적극적 호응, 반대, 무관심, 모름 등)을 그려보는 과정이다. 다음엔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를 디자인하는 ‘진행계획 수립’ 과정이 이어진다. 회의 안건의 내용, 참석자들의 상황, 주어진 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야 하는 이 과정은 다양한 회의 기술에 대한 지식을 상황에 맞게 기획하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회의가 표류하지 않도록 회의 프로세스가 만들어지면, ‘돌발 상황’을 예측해 대응 방안을 준비한다.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지를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다. 한 번 고민해본 회의 리더는 갖가지 돌발 상황에 좀더 유연하게 대처하게 된다.
바쁜 업무에 쫓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아 회의를 이끄는 것은 전쟁과 같다. 더구나 요즘은 스마트폰의 쫀득쫀득한 매력이 수시로 회의 참석자들을 유혹하며 몰입을 방해한다. 여전히 많은 리더가 어떤 전술로 전쟁을 치를지 전략도 준비하지 않은 채 덜컥 회의를 소집해놓고, 회의라는 전쟁터에서 아까운 시간과 조직의 열정을 죽이고 있다. 회의 주최자가 사전에 어떤 준비를 했느냐에 따라, 전쟁터는 사람들의 지혜와 열정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채홍미 인피플컨설팅 대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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