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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등록 2013-08-07 09:07 수정 2020-05-03 04:27

거지 같은 일이 너무 많다. 오늘은 짧게 단타로 끊어서 간다. “고려대학교에도 영혼이 있다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성의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용기와/ 걸릴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성/ 동료 학생이든 제자든 인턴이든 가리지 않고 일단 덤벼들고 보는 비뚤어진 욕망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고대는 가장 완벽한 대학입니다.” 오해하지 마시라. 기자도 고대 출신이다.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도 좋다”는 말을 남긴 모교 출신 대통령의 5년 활극이 끝나면서 이제야 고개 들고 다니겠구나, 싶었다. 오판이었다. 최근 고대 재학생이 19명의 여학생을 성추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한 고대 교수는 손목시계형 카메라로 여성을 몰래 촬영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제자도 있었다고 한다. 사상 초유의 글로벌 성추행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고대를 졸업했다. 고개 들고 다니려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겠다. 어쨌든 잊지 말자, 윤창중.

한겨레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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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은 철저한 기만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B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20조원의 예산을 망설임 없이 꼬라박는 용기와/ 온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늘어놓는 뻔뻔함/ 멀쩡한 강물을 걸쭉한 녹조라테로 만드는 운하용 보를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MB는 가장 완벽한 사기꾼입니다.” 김현 민주당 의원에 의해 세상에 드러난 국토부 문건에 등장하는 건 박재완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 오정규 청와대 국책비서관 등이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추진을 위한 사전 사업일 뿐이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고, 강은 신음하고 있다. 잊지 말자, 대운하. 책임져라, 이명박.


국가정보원도 빼놓을 수 없다. “국정원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진보 사이트를 두려워하지 않고 가입하는 용기와/ 증오로 가득 찬 글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퍼뜨리는 악랄함/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교문서까지 짜깁기해 대선에 개입하는 치밀함을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국정원은 가장 완벽한 공작집단입니다.” ‘해방 이후 최약체 야당’이라는 비난에 직면한 민주당은 어쨌든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사태 장기화를 암시하듯 출입기자들에겐 선크림을 돌렸다. ‘남해박사·원판김세’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남해박사는 ‘남재준 해임, 박근혜 사과’의 줄임말, 원판김세는 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를 의미한단다. 잊지 말자, 남해박사. 출두하라, 원판김세.


가야 할 놈은 아직도 멀쩡하다. “대가리에도 영혼이 있다면/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잡아버리는 용기와/ 총칼과 탱크로 선량한 시민을 학살하는 잔혹함/ 수천억원의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면서도 ‘29만원밖에 없다’고 잡아떼는 싸가지를 가졌을 것입니다/ 단언컨대, 대가리는 가장 완벽한 개새끼입니다.” 단지 그를 닮았다는 이유 하나로 출연정지까지 당하곤 했던 배우 박용식씨가 세상을 떠났다. 해외에서 영화 촬영 도중 병을 얻었다고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박씨에게는 평생 누군가의 ‘닮은꼴’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거꾸로 보자. ‘배우 박용식’을 닮은 전직 대통령이 있다. 그는 여전히 잘 살고 있다. 잊지 말자, 대가리. 추징하자, 전 재산.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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