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젠가부터 장마철만 되면 곳곳에 공사판을 벌여놓은 4대강 어딘가에서 물난리가 날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감사원은 7월10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사실은 대운하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퇴임 직전인 지난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제 내가 거의 다 해놨기 때문에, 나중에 현명한 후임 대통령이 나와서 갑문만 달면 (운하가) 완성이 된다”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는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하고, MB맨들은 ‘정치적 배경’을 의심한다. 모두 같은 새누리당 사람들인데, 어이가 없다.
♬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개혁 문제에 대해 내내 침묵했다. 지난해 대선 공약집이나 각종 토론 및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는 꺼낸 바 없다. 7월8일 처음으로 입을 열어선, “이번 기회에 새로 거듭나야 한다. 개혁안을 스스로 마련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결자해지’의 취지는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는 걸 인정해야 풀 수도 있는 법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아니라는 ‘노무현 북방한계선(NLL) 포기’를 뒷받침하겠다며 직접 자료를 낼 만큼 잘못한 게 없다는 국정원이, 스스로에 대한 개혁안을 낸다? 소가 웃는다. 안 하니만 못한 말씀이셨다.
♬ 사랑의 괴로움을 몰래 감추고. 국방부가 갑자기 NLL 논란에 뛰어들었다. 국방부는 7월11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이 NLL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분명하다”고 국정원을 거들고 나섰다. 국정원의 뿌리가 5·16 쿠데타 군부가 출범시킨 중앙정보부이며, 역대 정보기관 수장은 군 출신이 절대다수다. 그러나 군과 정보기관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 두 조직이 좌청룡우백호가 돼준 군사정부를 떠올리게 하니 오싹하다.
♬ 떠난 사람 못 잊어서 울던 그 사람. ‘귀태’라는 단어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을 인물’로 묘사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발끈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일정을 모두 보류했다. 위원 구성 시비로 지연된 국정원 국정조사는 귀태 덕에 또 얼마나 늦어질지 모르게 됐다. 성경을 보면, 예수마저 유다를 가리켜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아니하였더라면 제게 좋을 뻔하였느니라”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떠난 사람 평가는 역사에 맡기자더니, 평가만 나오면 불같이 들고일어나는 그 심리는 뭘까.
♬ 안녕이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지금은 어디에서 행복할까.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예멍위안, 왕린자 두 중국 여학생의 명복을 빈다. 실언을 한 채널A 진행자를 포함한 이 땅의 어느 누구도, 그들이 중국인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전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항공사나 공항 어느 한쪽에 유리하기 마련인 언론 보도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
♬ 사랑보다 더 슬픈 건 정이라며 고개를 떨구던 그때 그 사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결국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댓글 사건 수사 당시엔 선거법 적용 불가 논란 끝에 구속을 피하는 걸 보며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국가안보를 지키라고 정보 생산과 보안 업무의 총괄지휘를 맡겼던 정보기관 수장이 건설업자한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은, 차라리 슬픈 일이다. 그에게 일을 맡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런 대통령을 뽑았던 국민도 슬퍼하리라.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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