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
소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부위원장(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을 분간하지 못했습니다.
소녀는 소녀시대의 모든 멤버를 가려 호명하고, 성형으로 판박이가 되어버린 이진과 성유리도 100m 멀리서 구별해내는데, 자존심이 퍽 상했던 거예요.
그래도 이해는 됩니다. 북한의 3대 세습은 3대가 양배추김치·양배추김치찌개·양배추김치보쌈만 먹었다는 양배추집 딸로서의 ‘3대 안습’보다 끔찍하단 걸 몸으로 느끼니까요.
그래서 김정은 부위원장에 대한 친절한 통신사의 듣도 보도 못한 관상 기사를 꼼꼼히 읽었던 겁니다.
“전체적으로 지도력이 뛰어나지만 의중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 뚱한 성격의 소유자.” “옛날 사진을 보면 눈썹이 차분하고 길게 누워 있지만 지금은 끊어지듯 짧고 두껍다. 밀어붙이는 힘은 세지만 대인관계는 좋을 수 없다.” “광대뼈와 턱이 발달한 게 활동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처진 입, 주름진 목, 굳은 얼굴 근육은 후계자 수업을 받는 동안 긴장된 스트레스를 보여줌.”
소녀는 관상이 그의 할아버지의 것인지, 아버지 것인지, 그를 말하는지 더 헷갈렸습니다. 오만 가지 관상을 ‘연합’만 해도 기사가 되는구나 생각하며 소녀는 컴퓨터를 껐지요.
소녀는 잠이 오질 않아요. 헷갈리고 또 헷갈리니까요. “눈이 길게 찢어지고 귓불이 짝짝이여서 성격이 난폭한데다 이중적인 경향도 있어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생기면 당장 내색을 하지는 않지만, 끝까지 참지는 않음. 북한의 순탄치 못한 앞날을 예고”한다는데, 남한 사람 눈에 북한의 앞날이 하루라도 순탄한 적 있던가요?
아버지는 김황식 할아버지가 새 총리가 될 거래요.
하지만 소녀는 이것도 분간이 안 돼요. 신문을 보니 “(감사원장 시절) 4대강 감사 결과 발표의 고의적 연기, 병역 면제,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산 문제 등 각종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누구 문제라는 거지? 다 그랬던 거 아닌가’ 소녀는 헷갈리는 거예요. 소녀는 울상입니다. ‘감사원 직원한테 배우자의 개인 차량을 운전시킨 것도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 얘기 아닌가. 아, 김황식 할아버지 얘기라고?’ 소녀는 답답했어요. 아니 이렇게 헷갈리는데 김황식 할아버지 관상을 짚어준 기사는 하나도 없으니까요.
소녀가 소녀시대만큼 잘 구분하는 건, 양배추와 배추예요.
대통령 할아버지 덕분에 양배추값 좀 뛰겠다고 아버지가 좋아하세요. 대통령 할아버지가 배추값이 뛰니까 (수요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청와대 주방장을 직접 불러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김치를 올리라”고 시켰대요. 소녀는 대통령 할아버지가 고마웠어요. 그런데 오빠가 그래요. “‘침수하면 반지하 없애’ ‘배추 비싸면 양배추 먹어’… 봉숭아학당에 나와 전두환 패러디하던 ‘옥장군’ 화법 아니냐.”
전 잘 모르겠어요. 분간이 안 돼요. 오빠 지도 군대에서 푸석한 양배추김치 먹으며 그 분노로 전투 의지를 키웠다는데, 우리도 양배추김치 먹고 긴장 좀 하면 좋잖아요. 김정은 관상을 보라니까요.
음, 사실 둘 다 가격이 뛰어올라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소녀도 아는데, 왜 푸석한 김치를 먹으려는지 이해가 안 되긴 했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대통령 할아버지의 관상도 문득 궁금해졌어요. 눈? 광대뼈? 턱? 우리나라 앞날? 소녀는 화들짝 놀라며 얼른 도리질을 쳤지요. ‘예끼, 나쁜 기사!’ 소녀는 제 눈썰미가 그냥 미워졌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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