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 용어 가운데 ‘무차별의 법칙’(law of indifference)이란 게 있습니다. ‘일물일가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 말은 ‘하나의 상품은 하나의 값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완전경쟁이 이뤄지는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이 값이 다르면 사람들은 너도나도 싸게 파는 상품을 살려고 할 것입니다. 높은 값에 내놓은 상품은 사려는 사람이 없어 값을 내리게 되고, 결국 상품 값은 같아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아주 쉬운 법칙입니다.
하지만 실제 주변에선 무수한 가격 차별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요즘 영화 한 편을 보려면 8천원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제휴카드를 쓰면 보통 1천~1천500원가량 할인해줍니다. 오전 8~10시에 영화를 보면 조조할인이라고 해서 깎아주기도 하죠. 극장은 이중 가격을 쓰는 것이죠.
그렇다면 극장은 왜 일찍 오는 사람에게 할인을 해줄까요? 오전에도 극장의 영사기는 돌아갑니다. 한두 명이 오더라도 말이죠. 극장으로선 가격을 최대한 내려 빈 좌석을 채우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반면 호주머니가 궁한 학생들이나 오전 시간이 비어 있는 사람, 안 붐비는 공간에서 조용히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은 오전에 영화를 보는 것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차별화된 가격은 생산자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소비자에겐 더 많은 소비 기회를 주는 것이죠.
지하철 요금도 분명 이중 가격입니다. 그렇다면 지하철 요금은 얼마일까요?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 확인해봤습니다.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요금이 900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현금으로 탈 때 100원은 왜 붙을까요? 류송아 서울메트로 대리는 “지하철 요금 900원에 종이 승차권 가격, 매표소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등을 합쳐 100원이 더 붙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종이 승차권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3.3원이라고 합니다. 서울메트로는 100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 교통카드로의 전환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인건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9호선 개통에 맞춰 종이 승차권은 사라진다고 합니다.
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는 2004년 준공영제 도입에 따라 수입금을 공동 관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을 받게 되면 버스회사나 일부 운전기사의 현금수입금 횡령이 일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이같은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면 시내버스 준공영제 취지를 훼손하게 되는 것이죠. 버스의 이중 요금 역시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교통카드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전략입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구멍이 뻥 뚫린 토큰(token)을 기억하는지요? 버스 토큰은 버스 안내양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마련됐습니다. 버스회사들이 안내양들의 ‘수입금 빼돌리기’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몸수색을 하는 바람에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토큰의 소비자가격은 개당 30원. 하지만 현금 승차를 하는 승객은 10원의 가산금을 더 물어야 했죠. 토큰제 촉진을 위한 벌금이었던 셈입니다. 1999년 10월부터 토큰제는 없어지고 버스카드와 현금만 쓰이게 됐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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