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서구에 지대한 영향 끼친 문명의 모태… 섬뜩한 구호 속에 묻힌 이슬람의 진실
‘마디나트 아스 살람’. 일찍이 ‘평화의 도시’로 불리던 바그다드에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제국주의자들의 공습으로 초토화될지 모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의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로도 유명하지만, 사라센 왕조 아바스제국(750∼1258)의 수도로 이슬람 문명이 화려하게 꽃핀 곳이었다. 특히 9세기 무렵 세운 도서관과 아카데미를 겸한 ‘지혜의 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을 비롯한 그리스어와 라틴어 문헌의 번역작업과 전문적 학문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중세 이슬람문명 속에서 고대유럽과 동방의 문화적 유산은 고스란히 이어지고 보태져, 뒷날 서유럽 르네상스도 이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결과적으로는 근대를 거쳐 현대문명의 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서구문명은 자신의 모태 가운데 하나라고 할 이슬람문명을 파괴하고 억누르려고 한다. 이 같은 작태를 우리는 ‘문명의 충돌’이 아닌 ‘문명의 근친강간’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른다. 찬란했던 지의() 아라베스크, 이슬람문명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단상을 적는다.
>>>무하마드의 야간승천
이슬람은 그와 함께 밤에 이루어졌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이슬람의 창시자 무하마드(마호메트)는 어느 날 천사 가브리엘과 함께 브라크라는 날개 달린 동물을 타고 메카에서 예루살렘까지 날아갔다. 그곳에서 무하마드는 유대교도와 기독교도 등과 함께 예배를 본 뒤 가브리엘에 이끌려 영적 초월세계인 일곱 하늘을 본다. 이윽고 깨달음을 얻은 그는 알라로부터 이슬람교도가 해야 할 예배의 의무에 대해 명을 받는다. 메카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겪은 바를 지인들에게 말했고, 이 이야기는 전승되어 이슬람의 주요한 세계관을 이룬다.
이것이 ‘밤의 여행’이라는 일화며 여러 필사본에 아름다운 삽화로 그려졌다. 그림에서 보듯 보통 무하마드의 얼굴은 그려져 있지 않거나 천으로 가려 있다. 생사가 불명한 채 잊을 만하면 육성 테이프가 공개되는 빈 라덴은 이처럼 얼굴 없는 예언자인가.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붉다
이슬람이 얼마나 지식과 문화를 중시했는가는 무하마드의 언행을 담은 에 잘 나타난다. “단순한 숭배자와 배운 자를 비유하자면 별과 보름달의 밝기와 같다. 지식을 힘써 구하라. 지식이 있는 자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할 수 있다. 지식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며, 사막과 외딴 곳에서 친구가 없을 때 친구가 되어준다. 지식은 행복으로 가는 안내자이며 역경에 처할 때 힘을 준다. 지식은 적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며, 지식이 있는 자 주변에는 친구가 저절로 모인다. 학자의 잉크는 순교자의 피보다 붉다. 지식을 구하는 것은 모든 이슬람교도의 의무다.”
이슬람은 유일신 알라의 활동 증거이자 창조물인 전체 물질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촉구했다. 알라를 이해하려면 알라가 창조한 모든 것을 잘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을 중시해 학교를 세우고, 지식과 학문연구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권장해 예술과 과학분야에서 많은 성과와 업적이 나왔다. 근세까지 이슬람문명 수준은 다른 모든 문명을 질적으로 압도했다.
>>>아라비아 숫자
과학분야에서 이슬람이 성취한 위대한 업적은 수학에서 이루어졌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자릿값 숫자에 정통했는데 자릿값 숫자란 첫 번째 자리, 두 번째 자리 등 수의 위치에 따라 값이 자동적으로 변하는 숫자를 말하며 10진법 또는 60진법 같은 수를 근간으로 한 수의 체계에서 사용한다. 자릿값 개념은 요즘 보자면 너무나 당연하다 싶을 정도로 기본적인 것이지만 수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힌다. 자릿값에 의한 10진법은 1세기 무렵 인도에서 쓰기 시작했으며, 바빌로니아에서 유래가 된 빈자리임을 나타내는 기호 0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수학자들은 9개의 문자와 기호 0으로 모든 수를 표현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전 세계로 퍼져 ‘아라비아 숫자’로 불리고 있다.
이슬람에서는 ‘손가락 계산법’이란 특이한 계산법이 있다. 일 단위에서 십 단위를 나타내는 오른손과, 백 단위와 천 단위를 나타내는 왼손을 다 사용한다. 1과 9999 사이의 어떤 수도 양손으로 모두 나타낼 수 있다. 이슬람식 계산법은 오늘날까지 재래 아랍시장에서는 여전히 통용하고 있는데 셈이 전자계산기보다 빠르다.
>>>아스트롤라베
아스트롤라베란, 그 이름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천문기구는 기원전 2세기에 그리스인들이 발명해 이슬람의 천문학자들과 장인들이 정교하게 완성한 것이다. 천체의 수학적 모델을 보여주도록 설계한 이 기구는 천체와 시간에 대한 통년기록, 지리적 계산, 점성술에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한 각종 데이터 처리가 가능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메카의 방향과 예배시간을 정하는 종교적 기능도 있다.
아스트롤라베와 이것을 간편하게 만든 사분의(四分儀)가 없었던들 콜럼버스의 항해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오늘날의 미국도 없었을지 모른다. 미국은 현대판 아스트롤라베라고 할 위성항법장치가 달린 전폭기를 바그다드로 띄우려고 한다. 그들의 아스트롤라베는 진정 정확한 눈금을 표시하고 있는가.
김장호 ㅣ도상학연구가 alhaji@hanmail.net
참고자료: Howard R. Tu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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