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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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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악랄한 최정예

등록 2003-04-05 00:00 수정 2020-05-03 04:23

그린베레·네이비실·델타포스 등 ‘특수국가’ 미국의 특수작전부대

“미국과 영국의 ‘인간병기’들이 잇따라 이라크로 진격하고 있다. 특수훈련을 받은 이들은 적진에 침투해 요인을 암살·체포하는 특명을 받은 최정예 군인들이다. 미국은 특수부대인 ‘델타포스’를 이라크에 투입한 데 이어 조만간 ‘그린베레’와 ‘레인저’ 등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린베레는 12명을 단위로 작전을 수행한다. 이번 이라크전에서는 적진 후방에서 장기간 정찰 활동을 수행하면서 게릴라전을 전개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린베레 요원들은 최소한 1개 이상의 외국어를 구사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레인저’는 약 7500명으로 극지·정글·사막·산악지형에서 전투할 수 있도록 훈련을 받은 보병부대다. 제160 특수전 항공연대의 ‘나이트스토커스’는 블랙호크 군용 헬리콥터와 특수 설계한 무장 헬기로 작전을 수행한다.”( 2003년 3월23일치에서)

후세인 노리는 지상전의 스텔스

미국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의 선봉장은 영문약자를 따서 SOF로 불리는 ‘미국 특수작전부대’가 맡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전쟁 이전부터 이라크 내에 거점을 확보하고 군사정보를 캐는 비밀임무를 수행했다. 후세인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지상전의 스텔스’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초특급 전투기 스텔스를 이들에게 빗댄 말이다.

현재 이라크 전쟁에서 활동하는 그린베레·네이비실·델타포스 등 미국 특수작전부대는 파괴와 정보수집에 능하고 외국어에 능숙한 최정예들이다. 이들은 극한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가장 혹독한 적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고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다. 이 가운데서도 델타포스는 그동안 미군당국에 의해 존재 자체가 부인되었다. 정식명칭이 ‘미육군 제1특수작전분견대’인 이 특수부대는 1977년 영국 특수공정부대(SAS)를 모델로 찰스 베크위드 대령이 창설했다. 부대의 신조는 ‘기습·스피드·성공’이다.

인류 전쟁사에서 이와 유사한 소규모 특수부대의 존재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지만 정식으로 군사조직 안에서 자리잡은 것은 근래의 일이다. 2차 대전 당시 창설한 전략정보국(OSS)의 유산을 이어받아, 1952년 심리전 센터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배경에는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야 했던 베트남 전쟁과, 케네디 대통령 같은 특수부대 예찬론자의 지지가 있었다. 특수부대를 방문하여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케네디는 오늘날 특수부대의 상징이 된 그린베레를 쓰게 한 장본인이다.

특수부대라 하면, 헬리콥터도 떨어뜨리는 람보를 떠올릴지 모르겠으나 요즘에는 고도의 두뇌전략이라 할 심리전이 이들의 주된 임무다. 1994년 미국은 아이티의 군부독재자 세드라스를 축출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했는데, 그 중심에는 통합심리작전 태스크포스가 있었다. 이 심리작전그룹은 정규군이나 같은 특수부대 안의 다른 부문에 앞서 아이티에 잠입하여 삐라, 라디오 방송, 비행기로부터의 확성기 등을 이용한 선전선동 공작을 벌였다. 작전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미국은 별다른 충돌 없이 아이티를 민간정부로 복귀시켰다. 현재 미국이 이라크에서 혈안이 되어 꾀하는 ‘반후세인 민중봉기’도 이러한 심리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예비역으로 구성된 민사부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도 특수부대는 있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점은 육해공이 통합된 형태로 운영하며, 독자적인 지휘체계가 있고, 단순한 자국의 안보보다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여 미국의 국익과 군사력의 절대적 우위를 지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명확하고 최우선적인 작전목표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로 잡고 있으며 테러방지는 그 다음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미국의 힘 앞에 거추장스런 어떠한 국가나 조직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수부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다음의 글에서도 이 점을 다시 확인한다. “미국을 핵으로 하는 간접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세계 여러 지역에서 채택하여, 평화와 번영 그리고 국가 간 협력관계가 증진되는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은 전력적 호기인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하며, 세계가 처한 복잡하고 유동적인 위험상황, 즉 잠재적 위험 가능성이 있는 무기개발·테러·국제범죄 등에 대처하는 세계질서의 수호자로 나서야 한다.”

이 밖에도 ‘미국 특수작전부대’의 특징 중 하나는 예비역으로 주로 구성된, ‘민사’(民事) 분야를 다루는 민사부대의 존재다. 작전지역이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이거나 아니면 적대적이건 간에 상관없이 해당지역의 군대·정부기관·민간단체를 친미적 형태로 만드는 작전을 수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작전은 언론통제다.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게 하며, 아랍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 같은 반미감정을 유발하는 적대적인 보도는 철저하게 방해한다.

‘미국 특수작전부대’는 2001년 현재 현역 2만9164명과 예비역 1만43명을 포함한 4만6천여명 규모로 알려졌다. 미국 밖의 작전이 대부분인 탓에 외국의 문화와 언어, 지역사정에 대한 별도의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활동범위는 152개 나라에 걸쳐 1주일에 평균 5천명이 넘는 특수부대원들이 작전을 펼친다. 이 수치에는 비밀공작이나 특별한 공작계획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니 미국은 늘 전쟁 중인 특수국가임이 분명하다.

참고문헌: レイ·ボンズ, , 東洋書林, 2002.

김장호 ㅣ도상학연구가 alhaj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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