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네 마음이 옳아. 네가 괴로우면 괴로운 거 맞아. 네가 불행하면 불행한 거 맞아. 그러니까 의심하지 않고 도망쳐도 돼”(<도토리 문화센터>)
<어쿠스틱 라이프>(이하 <어쿠스틱>)는 2010년 우리가 사는 세계에 출현했다. 많은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건, 난다가 독자들에게 분명 현실에 있지만 어디서도 잘 다루지 않던 현실의 삶을 무지무지 재미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고 가족을 이뤘지만 가능한 한 ‘나’이고 싶어 하기 때문일까. 난다가 보여주는 삶은 ‘모범적인 결혼생활’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작가가 그려내는 모습을 보며 막 웃다가 울다가 불현듯 ‘아, 나는 왜 이렇지 않지?’도 생각해본다. 나를 너무 내어줄 수 없고, 그렇다고 나만 생각할 수도 없는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양보는 미덕이 아닌데 말이다. 자신과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는 힘에서 출발하고 애정에 기반해서 용감해진다면, 언젠가는 이렇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 시즌 연재에 대한 목마름은 <도토리 문화센터>(이하 <도토리>)로, 충분하지 않지만 갈음할 수 있다.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은 등장인물들에게 생동감을 선사한다. 꼭 우리 근처에서 사는 것만 같다. 작가 주변에만 이런 흥미로운 인물들이 몰려 있는 게 아니라면, 우리가 주변에 무관심할 뿐인 거다. 작가의 시선으로 보고 기억했던 것들은 <도토리>에 소환돼 다양한 장소에서 향기로운 꽃들을 피워냈다. 세상에, 그런 난다 작가를 만나러 가다니, 아무리 작가와 작품은 다르다고 외쳐봐도 두근거리는 마음은 진정되지 않는다. 약속 장소인 카페에서 만나 가볍게 인사하고 하나도 긴장하지 않는 척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중학교 시절에 만화를 따라 그리다가 고등학교 다닐 때 즈음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거 같아요. 학창시절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겠어요?
“중학교 때는 순정만화를 따라 그리기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만화가가 된다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만화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부터 만화가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 무렵 제 취향이 점프 계열의 소년만화라는 것도 알게 됐어요. 그런데 실기학원을 오래 다닐 형편은 아니었고, 실기 없이 입학할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학과로 진학했어요. 당시 컴퓨터그래픽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고, 제가 이미 컴퓨터를 만질 수 있었거든요. 대학생 언니오빠들도 참여한 동아리가 있었는데 게임, 만화, 콘텐츠 같은 걸 시디(CD)에 담아 판매하는 활동을 했으니까요. 컴퓨터그래픽학과에 가서도 계속 만화 공모전을 준비했어요.”
계속 만화가가 되고 싶어 했던 거군요.
“그렇죠. 대학을 졸업하고 공모전 준비하다 떨어지고, 당시 남편이 먼저 게임회사에 취업했거든요. 데뷔 준비하는 동안 회사에 같이 다니자고 해서 같이 다니다가, 관심이 생긴 일러스트레이터 일도 좀 하고…. 동시에 다 하고 있었어요. ‘언젠가는 만화가가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웃음).”
왜 그리 오랫동안 만화가가 되고 싶어 했을까요.
“만화작품을 보면 막 벅차고 떨리고 이런 것, 이런 좋은 경험들을 다 만화로 했거든요. 나도 그런 걸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런 욕구가 다른 거로는 잘 충족이 안 될 거 같아요. 영화 같은 건 혼자 만들 수 없잖아요. 만화는 그냥 나 혼자서 지금 바로 앉아서 내가 생각하는 걸 바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그게 제 성격에 맞는 것 같아요.”
<어쿠스틱 라이프>는 현재 2억6천만 뷰를 확보했다. 연재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3천만 뷰가 추가됐으니, 이 인기를 어찌하리. 이 작품과 <도토리 문화센터>의 개그까지 보면 개그에 대한 감각이 타고났다고 볼 수밖에. 실제로 난다의 지인들도 난다를 웃긴다고 한단다. 난다의 개그는 우아함을 지향하지 않는다. 너무나 소소하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웃기는 거 같다. 예컨대 난다가 어떤 만화가를 부러워한다면 그림을 잘 그릴 것 같다든가 한 게 아니라 ‘작업실이 남향’일 거 같다거나 ‘출판사에서 대게를 보내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놓고 남들이 속물처럼 보일까봐 숨길 만한 것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아니다, 사실 난다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을 손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러워해봤자, 잔소리해봤자 어차피 변하는 건 없으니까. 세심한 관찰에서 나오는 개그의 능력은 감동과도 이어진다. 난다의 작품은 눈물과 웃음의 급격한 교차에서, 결국은 불러일으키는 감동에서 최고조의, 만화를 읽는 행복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렇게 과거의 만화가들로부터, 그들의 작품으로부터 난다가 받았던 것을 우리에게도 동등하게 아니, 이자를 잔뜩 붙여서 돌려주는 것이다.
다음웹툰의 ‘나도 만화가’ 코너에 <어쿠스틱>을 업데이트하며 정식 연재 제안이 오기를 기다릴 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기억날까요. 거의 2년이 걸린 거 같아요.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는데요. 하지만 제가 양심이 있어서(웃음) 언제 연재하자는 연락이 올까 이런 생각은 안 했던 거 같아요. 회사 다니고 일러스트 작업도 하면서 연재했기 때문에 6개월에 한 번 정도 업데이트했거든요. 그때 남편이 ‘나도 만화가’에만 올리지 말고 게임 커뮤니티인 ‘루리웹’에도 올리라고 해서…, 어디든 노출되는 곳은 다 올리라고 했거든요. 나중에 다음웹툰 담당자분을 만났을 때 여쭤보니 당시 루리웹에서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놀랐어요.”
그래도 첫 번째 연재를 제의받았을 때의 기분은 기억나나요.
“아, 그건 기억나죠(웃음). 그때 일본 여행 가려고 짐 싸고 있을 때라서 ‘정말 정신적으로 충만한 여행이 되겠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데뷔 전 2008년에 선보였으니, 사실상 <어쿠스틱>은 지금까지 16년을 끌어온 작품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식 연재는 14년이기도 하고 중간에 끊어진 시기도 있으니 약 10년간 연재한 셈이겠지만요. 2018년 10월로 잠정 휴재 중인데 언제쯤 어떤 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계획이 있는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길게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어요. 제가 스스로 좀 지쳐서 이제 그만하겠다 이런 소리도 했더라고요. 그때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는 알겠는데, 지금은 좀 달라요. 이 정도로 한 콘텐츠를 길게 할 수 있는 게 행운이고, 10년 넘게 하다보니 생활만화 자체가 저한테 잘 맞는지 알게 됐어요. 또 이 작품이 다른 작품을 할 수 있는 다리가 되기도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도 고마운 일이라 제가 결정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으면 오래 하고 싶어요.”
한상정 만화연구자·인천대 교수
◆ <도토리문화센터> 난다 작가 인터뷰는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
생활툰은 독자와 소통하는 재미…계속 쓰고 싶어요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5532.html
<어쿠스틱 라이프> 2010~2018년 다음웹툰(현 카카오웹툰) 연재.
애니북스에서 14권으로 출간. 웹툰작가인 난다와 게임개발자인 한군, 두 부부의 꾸밈없는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 웃김 주의.
<내가 태어날 때까지> 2014년 애니북스 단행본. 여성커뮤니티 ‘마이클럽’(현재 서비스 종료)에서 연재함.
임신과 출산을 다룸. 여성 독자들의 성원으로 당시 누적 조회 수 100만 기록.
<난다의 두 번 본 영화> 2015년 <채널 예스>에 격주 연재.
난다가 두 번씩 본 영화에 대한 웹툰.
<거의 정반대의 행복- 너를 만나 시작된 어쿠스틱 라이프> 2018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 2주 만에 1만3천 부를 판매한 에세이집.
그간 갈고닦았던 내레이션 실력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줌.
<도토리 문화센터> 2021~2023년 카카오웹툰 연재. 문학동네에서 단행본 2권까지 출간.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보게 됨. 지하철에선 독서 주의. 크게 웃다가 울다가 해서 미친 사람 취급당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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