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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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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너두 할 수 있어, AI시대 독학으로 작곡하기

글로벌 무대 정복하고 게임사-음악계 연결하는 DJ 에녹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01-06 05:34 수정 2024-01-12 03:47
❶ 잇츠더십 2018 컴피티션 무대

❶ 잇츠더십 2018 컴피티션 무대


 

지난여름,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페스티벌에서 쿵쿵거리는 울림을 심장까지 느끼며 황홀함에 흠뻑 빠졌다. 무대 위에서 음악을 관장하는 디제이(DJ)는 마치 고대 제사장과 같아 보였다. 관중은 DJ를 중심으로 음악으로 연결돼 무아지경에 빠져 다 함께 뛰어논다.

‘언젠가 나도 무대에 올라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차올라 DJ로 활동하는 에녹을 찾았다. 에녹은 내가 과거에 주최한 행사에서 무대 뒤편 화면을 조정할 때 알게 된 인연이다. 다른 사람들이 이벤트를 즐기는 동안 컨트롤판을 맡는 힘듦에 공감하며 편안하게 대화를 튼 사이였다.

―독학으로 음악을 배운 건 정말 대단한데,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음악을 전공한 게 아니라서 작곡을 하리라 생각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2011년 아이패드2가 출시되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 아이패드에 개러지밴드(음악 제작 앱)를 내려받아, 스케줄이 비면 하루 날 잡아 음악을 갖고 놀았어요. 드럼과 피아노 소리를 드래그하며 바꿔가고 두 개 곡을 믹싱(조합)하는 매시업 음원부터 만들어봤죠.”

―직업으로서 DJ는 어떻게 가능해진 건가요?

“신기하게도 처음에 제가 올린 곡을 어떤 게임 스타트업에서 사용하겠다고 제안이 왔어요. 공연은 저를 알아서 불러주는 곳이 없으니, 어디서든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면 제가 음악을 틀겠다고 자처했죠. 그런데 한동안은 생계를 위해 웹3 업계 콘텐츠 기획 제작일을 하면서, 잠시 음악을 떠나 있기도 했어요. 다행히 그때 번 돈으로 각지의 페스티벌을 경험했어요. 그러다보니 ‘아, 나도 한때 음악을 했는데’ 하며 음악에 대한 갈망이 다시 생겼어요. 마침 ‘잇츠더쉽’이라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선상 페스티벌의 컴피티션(대회)이 열린 것을 보고 지원해, 최종 5명에 선정됐어요. 월드 DJ 음악감독님도 포함된 쟁쟁한 라인업에서 놀랍게도 1등을 했죠. 음악에 대한 진심이 열매를 맺은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그리는 인생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는 DJ로서 음악도 하지만 국내와 국외, 음악계와 비음악계를 연결하는 커넥터 역할을 계속할 거 같아요. 이미 ‘몬스터캣’이라는 외국의 유명 레이블을 한국에 소개하고 있죠. 제가 데뷔했던 잇츠더쉽의 한국 진출도 기획하고 있어요. 이렇게 축제 시즌인 봄부터 여름까지는 페스티벌에 집중하면서 대외 활동을 하고요, 이게 끝나면 비시즌에 돌입합니다. 이때에는 오롯이 음악 창작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요.”

에녹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프트 펑크의 <조르조 바이 모로더>(Giorgio by Moroder)라는 곡이 떠올랐다. 이 곡에는 전설적인 프로듀서 조르조 모로더의 인터뷰가 들어 있다. 모로더는 1969년 신시사이저라는 음악 도구를 발견하고 작곡을 시작했다. 누구도 그에게 음악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덕분에 선입견 없이 자기만의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작곡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한 2024년. 이 시대 도구들을 잘 활용하면 누구나 내 정서를 음악화할 수 있지 않을까?

김수진 컬처디렉터

에녹(인스타그램 @enochmusics)의 플레이리스트


잇츠더쉽 2018 컴피티션 무대

https://youtu.be/1A0HhPQmGaI?si=jtCE-kkeGT45SQw-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다가 음악을 다시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터닝포인트가 돼준 2018년 잇츠더쉽 데뷔 무대입니다. 그리고 제가 데뷔했던 무대를 한국에도 선보일 수 있게 됐어요. 잇츠더쉽코리아는 5월 23~26일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를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됩니다.

 

몬스터캣, 1000만 구독자의 벤쿠버 EDM 레이블

https://youtube.com/shorts/nhVn0nSo2IU?si=VdNt59Sk32Hz3WFm

몬스터캣의 음악은 테크, 특히 게임과도 원활히 교류하고 있어요. 게임 ‘덕후’였던 저도 국내 게임사와 EDM 음악의 중간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포인트 블랭크 뮤직 스쿨, 마스터 클래스

https://youtu.be/idY5sn3MD7c?si=wNzOeMVpvy3TlDv4

요즘은 음악 독학이 외롭지 않을 수 있는데요. 곡 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뜯어보는 유튜브 채널을 보면서 음악을 배울 수 있어요.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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