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노숙인을 포함해 쪽방·고시원 등 비적정 주거에 사는 사람을 ‘홈리스'라고 한다. 2021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홈리스 수는 1만4404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 약 23%(3344명)가 여성 홈리스이지만, 그들에 관한 이야기는 기록된 바가 많이 없다. 목격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작은 단서들과 소문을 쫓아 숨어 있는 여성 홈리스들을 찾아나선 이들이 있다.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다. 특정 공간을 점유한 남성 홈리스와 달리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여성 홈리스들의 목소리를 찾아 거리 구석구석을 헤맸다. <그여자가방에들어가신다>(후마니타스 펴냄)는 기록팀이 2021년 봄부터 2년 동안 만난 여성 홈리스 7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주거지가 있는 이들이 보기에 거리는 자유롭겠지만, 홈리스에겐 그렇지 않다. 특히 여성 홈리스에게 그렇다. 자유의 거리에서 여성 홈리스는 배제되고 소외된다. 기록팀이 만난 이가혜(54·가명)씨는 화장실에서 산다. “무서워서”다. 이 화장실에는 그 말고도 다섯 명의 여성이 살았다. 이렇게 숨어 있는 홈리스를 만나는 것부터가 기록팀의 일이었다.
“여성 홈리스와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광장 어귀에 우산으로 몸을 꽁꽁 숨긴 이가 있으면 여성 홈리스겠구나 짐작하고 두유를 놓고 돌아가는 정도였다. (…) 광장이나 지하보도에서 잠을 청하는 많은 남성 홈리스들과 달리 여성 홈리스들은 화장실 변기 위에서 혹은 우산 속에서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았다.”(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마주하는 것은 차별과 욕설이었다. 서가숙(57·가명)씨는 밥 먹으러 줄을 설 때마다 이런 말을 듣는다. “식당 가서 일하고 밥을 먹지.” 밥 먹는 것도, 약 타는 것도 여자가 많아서 늦는다고 남성 홈리스들이 “쫘댔”다. 강경숙(가명)씨는 이름이 아닌 욕설로 불렸다. “입 다물고 있어도 ××년, 말을 해도 ××년, 다 ××년이야. 내가 덩치 큰 남자면 못하는데 여자니까 더 그러는 거지.”
기록팀은 대부분 홈리스의 시점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중간중간 기록팀이 관찰한 내용이 더해지면서, 독자에게 홈리스를 만나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찬찬히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드라마의 한 회차를 건너뛴 것처럼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 공백이 그들의 삶이 어땠는지를 말해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윌리엄 L. 샤이러 지음, 이재만 옮김, 책과함께 펴냄, 7만6천원
히틀러 집권 이듬해인 1934년, 미국 기자 윌리엄 샤이러는 나치 독일로 향했다. 1955년 ‘알렉산드리아 문서’가 공개된 뒤 나치 독일의 실상에 충격받은 그는, 방대한 기밀문서와 극비 담화, 현지 취재 경험 등을 녹여내 나치 독일 대중역사서를 써내려간다. 1960년 10월 출간 뒤 전세계에서 1천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의 첫 국내 완역본.
울프 다니엘손 지음, 노승영 옮김, 동아시아 펴냄, 1만6800원
물리학은 ‘모든 것’일 수 있을까? 물리학자는 수학으로 세계를 풀어내는 단순함과 아름다움에 집착한다. 그런데 이론물리학자인 저자가 ‘우주는 수학이 아니며, 자연법칙은 수학과 마찬가지로 세계에 대한 우리의 기술에 속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현대 과학의 철학적 의미를 파헤치는 책이지만,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읽을 수 있는 대중과학서.
이제훈 지음, 서해문집 펴냄, 2만3천원
남북관계는 냉온탕을 끊임없이 오가며 풀릴 듯,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전환을 경험할 때, 한반도 탈냉전 양상은 사뭇 달랐다는 데 주목한다. ‘소련·중국과 국교를 맺은 한국, 미국·일본과 수교에 실패한 북한’이란 ‘비대칭 탈냉전’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현실문화 펴냄, 3만5천원
송이버섯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버섯이다. 인공적으로 재배하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송이버섯을 둘러싼 상품 사슬을 따라가며 ‘자본주의의 예상치 못한 구석’을 탐구한다. 송이버섯 상업과 생태를 추적하니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정한 생계와 환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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