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29일부터 7월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에서 웹툰 <마루는 강쥐>와 <냐한남자>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나는 언니, 사촌 동생 J와 함께 7월1일에 다녀왔다. 우리는 오전 9시30분쯤 도착해서 줄을 섰다. 입장하는 줄이 아니라 대기줄을 등록하기 위한 줄이었다. 1시간 남짓 기다려 대기등록을 하자 앞으로 몇 시간이 남았는지 알림이 떴다. 6시간. 팝업스토어에는 인형이 아주 큰 것부터 주먹 두 개만 한 것까지 크기별로 있었고 각종 스티커와 엘(L)자 파일, 메모지와 키링(열쇠고리) 등 다양한 굿즈가 있었다. 나는 그중에서 삐졌을 때 내미는 입 모양이 나와 닮은 마루 키링과 스티커를 샀다. 한정판 부채도 얻었다.
웹툰 <마루는 강쥐>는 일상툰 <모죠의 일지>를 연재한 모죠 작가의 전체연령가 웹툰이다. ‘최우리’라는 캐릭터가 키우던 ‘마루’라는 강아지가 5살 아이가 되는 내용이다. ‘우리’는 아랫집에 사는 ‘임준호’라는 남자와 함께 그의 5살짜리 사촌 동생 ‘임서율’과 마루를 돌본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길 수 있는 평범한 장면들은 마루와 서율이의 이야기를 얻어 알록달록한 색채를 얻는다.
이 웹툰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있다. 마루가 사람이 되자마자 자고 있던 ‘우리’를 깨워서 이렇게 말한다. ‘나 사람 됐다 짱이지… 이 손을 봐, 대박임.’ ‘우리’의 생각주머니가 아래쪽에 배치된다. ‘말투 왜 이래(궁서체)’ 5살답지 않은 말투가 독자의 인기를 얻어 많은 웹툰에서 이 장면의 패러디가 쓰였다. <연애혁명>, 바로 전에 칼럼으로 쓴 <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에도 나왔다. ‘나 ○○ 됐다 짱이지… ○○을 봐, 대박임’의 ○○에 각각 상황에 맞게 채워넣으면 이 장면 패러디가 완성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마루와 서율이 각자의 보호자와 함께 소풍을 떠나는 에피소드다. 소풍 준비 과정부터 소풍이 끝날 때까지 ‘완벽하다’. 소풍 도시락을 싸기 위해 ‘우리’와 함께 장 보러 마트에 간 마루는 카트에 타서 가다가 고구마 매대와 부딪히고, ‘우리’는 엄청난 양의 고구마를 구매해서 고구마로만 가득한 도시락을 싸게 된다. 아이들을 돌보던 보호자 둘이 돗자리에 누워 잠든 사이, 마루와 서율이는 어디선가 불어온 비눗방울을 따라가다 소풍을 나온 다른 집 아이들을 만나 함께 놀게 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몸을 띄운 비눗방울이 아주 아름답게 그려지는데, 곧바로 마루가 몸을 현란하게 움직여 모두 터뜨려버린다. 한참을 논 마루와 서율이는 ‘우리’와 준호가 깨기 전에 무사히 돗자리로 돌아온다.
할머니 댁에서 함께 자란 사촌 동생 J는 나와 세 살 차이다. J와 언제나 사이가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클수록 J는 정말 귀엽고 웃긴 친구임을 알게 됐다. 마루의 어린 시절을 ‘랜선 이모’로 지켜볼수록 궁금하다. 마루는 앞으로 어떻게 클까? 사람이 됐으니 사람 수명을 가질까? 만약 그렇다면 마루의 5년 후, 10년 후는 어떨까? J의 10년 전 모습도 기억하는 나로서는 그 애의 현재를 보는 것이 재밌고 새삼스럽다. J에게 이 웹툰이 왜 좋으냐고 물었다. ‘힐링이 되고 귀여워서’ 좋다고 한다. J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 <마루는 강쥐>로 칼럼 썼다 짱이지… 내 글을 봐, 대박임.
신채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저자*웹툰 소사이어티: 희귀병 다카야스동맥염을 앓는 스무 살의 작가가 인생의 절반을 봐온 웹툰의 ‘심쿵’ 장면을 추천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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