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뭐 하는 사람이지? 어디 보자. 청소기 돌렸고 물걸레질했고 물때 생긴 커피포트 구연산으로 씻었고 소고기 키위에 재우고… 아! 알았다. 저, 주부인데요.”
임현 작가의 웹툰 <주부 육성중>(네이버 웹툰, 완결)은 초보 주부 육성중이 주부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육성중은 유산 뒤 일주일밖에 쉬지 않고 출근하는 아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휴직하고 주부가 된다. 처음에는 모든 음식물쓰레기를 수챗구멍에 버려 하수구를 막히게 하고, 요리할 때 테이블스푼과 티스푼을 구분하지 못해 꽃게후추탕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초보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련을 딛는 데 도움을 주는 누군가가 있는 법. 그는 같은 빌라에 사는 선배 주부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주부로서의 능력을 점점 키워간다. 걸레와 청소기로 바닥을 청소하고, 우유팩으로 수납함을 만들고, 사람과 식물을 위해 습도와 온도가 잘 맞는 환경도 만들게 된다.
이 웹툰은 소방관을 휴직 중인 남성을 주부로 내세워 ‘주부’와 ‘가장’을 재정의한다. “혼자 살아도 주부는 되어야 합니다. 혼자 잘 살아가려면 나를 사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공간에 살아야 합니다. 청결하고 정돈되고, 하루에 얼마간 창을 열어 햇빛과 바람을 들이고, 깨끗한 재료를 조리해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그게 주부의 일이잖아요.”(육성중) “가족의 일을 내 일처럼 여기고 문제가 생기면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 내가 이 집 가장이잖아.”(선배 주부) 이들의 말을 통해 웹툰은 주부와 가장을 하나의 성역할로 고정하지 않고, 둘의 역할이 반드시 나뉘어야 한다는 편견도 부순다. 이 웹툰은 주부가 뒤집어쓰고 있던 이미지를 으스러뜨리고 희미하게 만들어 그 단어에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기도록 한다.
웹툰은 ‘주부는 당신이 생각하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는 메시지 외에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다룬다. 목숨 걸고 현장에 출동해 사람들을 구해내는 소방관, 그 소방관들의 강한 심장의 숭고함을 알고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네는 가족의 이야기부터 직장 내 부당한 폭력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 가정에 소홀하고 아내에게 자격지심을 가졌던 남편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회복해나가는 이야기 등등. 몇 명이 가구를 이루든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하나의 가정에 속해 있기에, 가정이라는 주제를 다루면 결국 모든 인간의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다.
누구나 주부와 가장의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이는 필연적으로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집안 살림을 도맡은 사람인 ‘주부’를 다루기 때문이다. 아픈 아이를 기르느라 드세고 엄격해진 엄마, 아이를 갓 낳은 초보 엄마, 아이를 잃어 슬퍼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내가 결국 누군가의 고통 아래 태어났고 누군가의 헌신 위에서 자랐음을 알게 된다.
우리 모두는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의 가족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엉키고 꼬이고 감겨서 단단하고 작아진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도 매듭지어져 끝도 없이 흘러나올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채윤 <그림을 좋아하고 병이 있어> 저자*웹툰 소사이어티: 희귀병 다카야스동맥염을 앓는 스무 살의 작가가 인생의 절반을 봐온 웹툰의 ‘심쿵’ 장면을 추천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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