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를 시장에 내놓는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출판사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퇴사한 김연수(31·기획편집자)는 이직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지만,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만한 일화가 떠오르지 않아 절망 중이다. “연애도 그렇잖아. 꼭 특출나야 할 수 있는 거 아니잖아.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괜찮은 부분을 발견하면 시작되는 것처럼… 나의 좋음도 누가 발견해주면 좋겠어.”
“너를 좀더 드러내는 건 어때? 무대가 없으면 혼자 멍석 깔고 춤이라도 추든가”라고 말해주자 그는 고등학교 기숙사의 악몽을 떠올렸다. “돌아가면서 장기자랑을 시켰어. 내 차례가 왔는데 앞사람 끝났을 때하고 나 끝났을 때하고 박수 소리 데시벨을 비교한 거 있지. 일기장에 ‘박수 소리 작아서 하기 싫다’고 적었더라고.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게 무서워.”
그가 책 만드는 일을 그만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책을 만드는 일은 정말 고되고 열과 성을 다하는 일인데, 소비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 그럼 베스트셀러를 만들면 되지 않냐 물으니 그런 문제가 아니란다. “줄 세워서 제일 많이 팔리는 책을 만드는 게 아닌, 사람들이 흔하게 소비하는 매체에서 일해보고 싶어. 핸드폰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그가 요즘 부러운 사람은 방송인 ‘풍자’다. “그는 술 먹다가도 섭외를 당하더라고. ‘그거 하나 할까?’ 하면 다 받아서 해. 본인 유튜브 채널 외에도 프로그램이 엄청 많아. 또간집(재방문 맛집 방문), 풍자애술(본인 집에 게스트 불러서 자유롭게 술 마시는 거), 빨리요(유명인 이미지 세탁소), 존예부럽다(예쁜 사람 불러서 공주 배틀), 풍하우스(남의 집 집들이).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기대에 부응하는 ‘풍자’가 대단해 보였어. 나는 그런 기회 앞에서도 늘 주저했던 것 같은데.”
며칠 뒤 그의 블로그에 새 글이 올라왔다. “요 며칠 나는 ‘발견되고 싶다’는 감각의 끝을 이으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친구와 나눈 인터뷰 속 벗어날 수 없는 결론처럼, 발견되려면 밖으로 나가야지, 존재를 드러내야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말할 수 있어야지 하며 자문자답을 한다. 날씨가 좋다. 쏟아지는 햇살이 비치는 강가에 떠다니는 아기 오리들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봄이 오고 있구나. 집 밖을 나오기 전에 설거지하며 문가영 배우의 ‘왓츠인마이백’ 영상을 봤는데, 그가 본인의 공책에 ‘오늘 꽂힌 낱말’과 그에 관련한 생각을 적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이 얼마 전 꽂힌 낱말은 ‘선택’이었다고 하면서. 그래서 그런지, 쏟아지는 봄을 바라보다가 이런 게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평범한 나를, 그 누구나 좋아할 봄 같은 것에 가져다 대며, ‘혹시 나도 이루어지고 있나?’ 하는 질문 아닌 질문을 했다.”
며칠 전과는 다른 분위기에 무슨 일 있냐고 묻자, 입사 지원 서류가 하나 통과됐단다. “그래 내가 또 하면 잘하는 건데! 너무 쫄아 있었어! 그러니 마구마구 넣고 마구마구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서류 통과된 날 다섯 군데에 마구 또 지원했어.”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그는 하임(HAIM)의 뮤직비디오를 본다. 카메라 앞에서 옷을 벗기를 꺼리지 않는 그들처럼 작은 성취로 두려움을 하나씩 해체한다.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유튜브 채널 <좋댓구요 스튜디오> ‘풍자愛술'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문가영 ‘왓츠인마이백' 영상 갈무리
https://youtu.be/cLtp6Uy7Jcg
https://youtu.be/ZjuA_o6Jz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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