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복 장인(1956년생)은 현재 삼진식품 대표인 박용준씨의 어머니다. 1981년 삼진식품 본가로 시집와 32년을 어묵과 함께 살아왔다. “새벽장사 하는 분들이 있어 새벽 4시부터 반죽을 만들면서 하루를 시작해, 주문이 많은 날은 밤 11시까지 공장이 돌아갔다.” 매일 공장에서 일하며 공장 노동자의 밥을 하고, 육아까지 맡아야 했다. 1980년대는 대기업이 어묵 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역 영세 어묵업체들의 줄도산이 벌어지던 때였다. 장인은 “단골들 덕분에 힘든 시기를 잘 버텨나갔다”고 한다.
장인은 아들 박 대표가 낸 ‘어묵베이커리’라는 아이디어를 상품 개발로 채웠다. “직원 식당 점심 메뉴로 나온 돈가스를 보고, 어묵에도 빵가루를 입혀 튀겨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어묵고로케는 누적 2100만 개(2021년 기준)가 팔린 효자상품이다. 장인은 어묵고로케와 함께 고추튀김어묵을 대표 개발 상품으로 내세운다. 고추에 새우·당근 등으로 소를 채워넣고 그 위에 다시 어육을 발라 튀겼다. 장인은 어묵 개발 원칙을 ‘신선함’과 ‘간단함’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현장에 있는 그는 “다시 한번 어묵으로 이런 걸 만들어, 하는 놀라움을 주는 상품을 출시해보고 싶다”고 했다.
2013년 어묵베이커리 오픈을 시작으로 아들이 경영에 합류하면서 30년간 일해온 어머니에게 장인 칭호를 주었다. ‘장인’은 가족기업 스토리 완성의 주역이다. ‘이금복 장인 프리미엄세트’는 삼진어묵의 추석선물세트 이름이다. 유튜브 채널 <금복레시피>를 통해 소비자와도 직접 만나고 있다.
부산어묵 브랜드별 특징
부산어묵 브랜드별 맛의 차이가 있나? 블라인드 테스트가 가능한가?
박상현 맛칼럼니스트는 대표적인 ‘부산오뎅’ 전문가다. 그에게 브랜드별 특징을 물었다. 어묵을 만드는 연육의 품질은 많게는 12등급이 있다. 어떤 연육(원양어선에서 갓 잡은 생선을 살만 발라내 급속냉동. 알래스카 명태, 동남아 실꼬리돔 등이 해당)을 쓰고 추가로 어떤 생육(어시장에서 사온 생선을 어육 공장에서 가공, 갈치 새끼 풀치나 조기 새끼 깡치를 사용)을 선택해 얼마큼의 전분을 무엇으로 결합하는지가 다르다. 거기에 더해 “어묵의 기술력은 배합 과정에서 나온다. 같은 비율이더라도 섞는 온도, 커스터드처럼 부드럽게 갈 것이냐 쫄깃하게 갈 것이냐 등 식감을 다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기술력이다. 거기다 연육은 본디 생선이므로 가격이 계절에 따라 무역 사정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한다. 가격에 맞춰 배합을 조절한다. “선수들은 안다. 그래서 공장의 장인들이 어묵회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각 브랜드의 일반적인 평가는 이렇다.
● 미도어묵 미도의 대표가 부산에서 인정하는 기술자다. 회사 대표인데도 공장에서 일하고 그랬다. 서울의 어묵꼬치 가게에서 부산오뎅이라고 할 때 미도어묵인 경우가 많다. 미도는 국물 속에서 맛이 살아난다. 밀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물을 넣고 끓일 때 많이 부푼다. 연육 비율을 아주 높일 수는 없고, 전분을 어떻게 쓰느냐와 배합비를 조절하는데, 이에 대한 노하우가 집적된 것이다. 핫바 역시 마찬가지로 데워서 먹는 거니까 미도어묵을 알아준다.
● 범표어묵 어묵꼬치의 양대 산맥의 하나다. 볶음, 탕을 할 때도 많이 쓴다. 부엌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묵에 적당하다.
● 삼진어묵 고로케 종류를 처음 시작한 만큼 ‘베이커리’에서는 독보적이다. 고로케는 만두하고 같다.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들듯 어육으로 피를 만들고 소는 다양하게 들어가는데, 씹었을 때 소와 피가 동일한 타이밍에 떨어져야 한다. 어육은 밀가루보다 탄력이 강해 소는 다 먹어도 피가 씹힌다. 피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소비자가 왜 그런지는 몰라도 먹어보니 삼진이 좋더라, 하는 이유다.
부산=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참고자료: <부산어묵사>, 부산학교양총서, 2016
도움말: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이어진 기사 - 1차, 2차, 3차 어묵, 부산어묵로드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19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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