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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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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친구들

등록 2022-02-15 22:57 수정 2022-02-17 16:43
SF잡지 <어션테일즈>를 만든 사람들. 왼쪽부터 오유진 디자이너, 김선예 디자인팀장, 박동준 이사, 최재천 편집장, 설재인 에디터, 서예린 디자이너다. 편집진은 ‘설정샷’을 위해 안경을 단체구매했다. 김진수 기자 <a href=jsk@hani.co.kr" />

SF잡지 <어션테일즈>를 만든 사람들. 왼쪽부터 오유진 디자이너, 김선예 디자인팀장, 박동준 이사, 최재천 편집장, 설재인 에디터, 서예린 디자이너다. 편집진은 ‘설정샷’을 위해 안경을 단체구매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아무튼’ 시리즈에 그렇게 잡지가 어울릴 수가 없다. 황효진은 <아무튼, 잡지>에서 잡지 읽기가 취미라는 것을 드러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런 반응이다. “아, 미용실에서 읽으시는 거예요?”

주간지, 월간지 등의 발행 주기는 우유의 유통기한 같다. 잡지 표지에 적힌 주나 월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잡지가 당도한다. 새로운 뉴스는 다음 뉴스가 덮을 것이고, 어제 나의 마음을 빼앗은 스타는 내일 나타날 스타에게 꼭 진다. 꼭 기억할 필요 없는 잡다한 이야기와, 미용사가 말을 걸면 거기서 덮어버려도 된다. <한겨레21> 지령 1400호를 맞아 절대적이지 않은 유약한 운명에 기댄 잡지 종사자들, <한겨레21>의 동료들을 찾아나섰다. ‘요즘, 잡지’의 풍경을 포착하려 했지만 옛날이야기도 나왔다. 창간호를 낸 편집부, 독립잡지로 5년을 생존해온 사진잡지, 잡지 전시회의 학예사, 서점의 엠디(MD), 종이잡지를 보는 서점 등을 찾았다. 사람의 눈을 디지털에 빼앗긴 세상에서 종이잡지는 어떻게 버티고 있나. 비밀이지만, 재밌는 게 너무 많다. 그런데, 사실 요즘만의 일도 아니다. 예전부터 잡지는 재밌었다. 아무튼, 그렇다.

<어션테일즈> 최재천 편집장

김보영은 썼다. “얼마 전 ‘어째서 한국에서 이토록 SF(Science Fiction·과학소설)가 인기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혹시 내가 평행세계로 잘못 넘어왔나 싶었다.”

김보영 작가가 옛날부터 받았던 질문이란 ‘한국은 왜 SF의 불모지인가’였다. 역변이다. 아니 정변이다. 2019년, 2020년 SF 전체 판매량은 전년보다 각각 28%, 57% 증가했다. 외국소설을 제외하고 한국 SF만 보면 전년에 견줘 307%(2019년), 295%(2020년) 늘었다(교보문고 판매량 기준). 출판사들이 SF 발간에 뛰어들고 SF적 팬데믹 상황도 이런 분위기에 협조해준 것일까. 거기다, 맙소사, SF 잡지가 나왔다.

“네 권을 내는 게 목표다.” SF잡지 <어션테일즈>의 최재천 편집장은 소박하게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나온 SF잡지인 <해피SF>는 2004년 첫 호를 내고 2년 만에 2호를 내고는 3호를 내지 못했고, <미래경>은 2016년 봄호를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았다. 2019년, 2020년 연달아 나온 무크지 <오늘의 SF>도 2021년에는 나오지 못했다. “적어도 1년간 열심히 만들면 그다음에는 새로운 길이 보일 것 같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감은 좋다. 2021년 12월25일 출간이라고 찍힌 잡지가 유례없이 2022년 초 재쇄에 들어갔다.

<어션테일즈>에는 앞에 인용한 김보영의 에세이, 곽재식·김창규의 단편, 이나경의 인터뷰 등 기성 작가 작품이 실렸지만 과학문학상 수상작과 수상자 등 신인이 대거 등장한다. “신인 대 기성 작가 비율을 1 대 1, 단편이 5개면 최소한 2편을 신인 작가에게 할애하려 한다. 앤솔로지(작품집)도 나오지 못한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 지면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최재천 편집장은 말한다. 그렇게 저변에서 기회를 만들어가면 ‘SF 부흥 기현상’으로 보이는 일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꿈은 소박한 데 비해 잡지는, ‘펄프픽션’이라는 장르적 물성을 탈피했다. 표지는 형압(종이를 눌러서 올록볼록하게 만드는 기법)이 들어간 백과사전식 양장이고, 두꺼운 종이에 한정판 넘버링(숫자 매김)을 하는 등 설핏 우주적 야망이 보인다. 책 뒤에 쓰인 문구는 이렇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외계인들과 이 잡지를 보거나, 보는 게 우리뿐이거나.’ 칼 세이건의 문구를 다시 비틀면 이렇다. ‘이런 공들인 잡지를 많이 보지 않는다면 얼마나 낭비인가.’


<strong>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박승화 기자 <a href=eyeshoot@hani.co.kr" />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보스토크> 박지수 편집장

산책과 관찰: 걷고 보는 동안 달라지는 것들.

<보스토크>의 2022년 첫 호(31호)의 주제다. 표지에 나온 눈을 가까이 본 사진과 덩그러니 하얀 구름이 뜬 하늘은 가가와 겐지의 작품 ‘산보’(散步) 시리즈다. 연속되는 평범한 일상에는 작은 예쁨이 있다. “반짝이는 빛과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생기”(가가와 겐지 작업 노트)가 영롱한 바다의 신기루(폴 루스토), 6600만 년 전 운석이 남긴 구멍이 있는 멕시코 칙술루브의 까마귀(모르텐 랑에), 뭉텅 자른 머리카락(김유자, 바스라기)과 나란히 놓인다.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선 이름을 붙여, 새로운 이미지 세계로 사람들을 데려가는 사진잡지 <보스토크>는 2021년 11월로 5년이 됐다. 격월간지이지만 첫 번째 호를 내고 두 번째 호는 제때 내지 못했다. 그러니 이렇게 이어져온 게 신기하다. 그렇게 31권이 쌓여 5년의 리듬이 잡지에 배었다. 잡지가 “자연사가 아니라 돌연사”(박지수 편집장)할 수도 있다지만 이 리듬은 무너뜨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우주선처럼 사진이라는 우주와 보통의 인간 사이의 왕복이 중요하다. 인사이드란 사진잡지들에서 전형적으로 다루는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 아웃사이드란 #미투 등 사회문제를 주제로 삼는 것. 무거움과 가벼움을 오가는 번갈음도 있다. 지난호의 주제는 ‘NO LIMITS: 서로를 안내하는 감각들’이었다. 장애의 새로운 감각을 비장애인과 나누는 콘셉트로 조금 무거웠다면 이번호는 조금 가볍다. 볼거리와 읽을거리라는 두 갈래의 ‘<보스토크> 스타일’도 이미 구축했다. 이번호의 정지돈, 강화길, 문보영, 김겨울의 글이 생각거리 많은 이미지 사이 공간감 짙은 이야기를 전한다.

6년 전 창간 당시, 미디어 매체에서 일하던 편집동인들은 편집장 한 사람의 월급을 판매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었다. 독립잡지에서는 흔한 방식이지만, <보스토크>에서 양보할 수 없는 조건으로 붙인 것은 ‘광고 없음’이다. 기업의 눈치 보느라 망가지는 이미지들을 봐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광고 문의가 오면 광고에 따른 기사를 쓰는 일은 없다고 못박는다. 시대가 의미를 흐렸지만 박 편집장은 ‘독립잡지’라는 말을 사용했다.

동인들이 주제를 선정하고 섭외, 청탁에 인맥을 동원해주고 투고하기도 하지만, 잡지의 전 과정은 박지수 편집장 ‘1인 매체’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한 사람의 취향이 반영되면 수월해지는 면이 있다.” 박 편집장은 이미지를 탐색하며 주제 키워드 폴더로 구성해 넣는 일을 취미처럼 한다. 주제별로 30~40개의 폴더가 모이면 그 주제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6년 전 시작할 때 인사를 건넨 뒤로 생겨난 독자가 이제는 가장 믿는 바다. 박지수 편집장은 이 종이잡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속도를 조절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속보’로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잡지를 보는 사람은 ‘다른 속도’를 상정한 사람이 아닐까. 잡지의 증가 속도도 느리다. 1호 페미니즘이 재쇄를 찍고 이후 독자는 거의 평행선이다. 그래도 “월급은 처음보다 좀 올랐다”. 보스토크 프레스는 단행본 출판과 신규 출판창작산업 지원 공간 플랫폼P 위탁운영도 하고 있다. 점점 그냥 끝날 수는 없는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strong>김예주 송파책박물관 학예사. 류우종 기자 <a href=wjryu@hani.co.kr" />

김예주 송파책박물관 학예사.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예주 송파책박물관 학예사

인생을 잡지를 통해 배웠다. 열중하는 감정도 엄마에게 비밀로 하는 일도. 가장 좋아한 모델은 투야라는 그룹 멤버인 김지혜였다. 잡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사귀었다. 잡지 동무가 좋아하는 모델은 이요원이었다. <신디더퍼키> <에콜> <유행통신> <쎄씨> 중 다른 잡지를 사서 친구와 페이지를 나눴다. 한 달에 두 권은 샀다. 명절 때 받은 용돈을 헐었다. 들킬까봐 침대 밑에 잡지를 모아두었다. 엄마가 들어오면 바로 던져넣기에도 침대 밑이 좋았다.

잡지 때문에 미지의 장소로 들어섰다. 서울 정동극장 근처의 ‘중앙 엠앤비(M&B)’며 청담동에 있던 <신디더퍼키> 편집실 풍경이 눈에 선하다. 애독자 엽서 선물에 당첨돼 찾아갔다. 당첨 확률이 높았다. 비결은 잡지 처음부터 별자리 운세가 있는 끝까지 열심히 읽는 것과 색색깔 펜이었다. 휴고우먼 향수, 피자, 수영모-물안경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잡지가 인생의 첫 경험을 시켜주었다. 서울 동대문운동장에서 잡지 모델이 애장품을 내놓는 벼룩시장에 갔다. 송혜교, 최창민, 신민아, 김성은을 직접 보고 사인을 받았다. 벼룩시장에 팔기 위해 광장시장에 가서 구슬과 낚싯줄을 사다가 팔찌를 만들어서 팔았다. 15만원을 벌었다. 생애 최초의 노동으로 번 거금이었다.

이런 추억을 날실로 삼아 서울 송파책박물관 김예주 학예사는 ‘잡지 전성시대’라는 기획전(2022년 1월11일~8월31일 송파책박물관 기획전시실 2층)을 제안했다. 전시회 방문객은 이런 글귀를 남겨줬다. “아버지가 <소년중앙>을 사오시는 날이면 마당에서 하염없이 서서 기다렸다.” “스스로를 <학원> 세대라고 불렀던 우리 이모에겐 <학원>이 사춘기 시절을 지탱해주던 힘이었다.” “중학생 시절 언니 책상 속의 <현대문학>은 숨겨진 로망 같았다.”

잡지 기획을 하면서 문득 사람들이 잡지를 보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교과서 전시회를 할 때는 대부분 국정교과서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리하고 내용까지도 열람 가능했지만, 잡지사가 창간호를 보관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제야 이런 규모의 잡지 전시회가 왜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가 잦은 한국의 가정은 짐을 줄일 때 가장 먼저 잡지를 버린다. 그의 청춘을 지켜보았던 잡지들도 남은 것은 없다. 전시를 하며 <쎄씨> 창간호를 인터넷서점에서 고가에 구입했다(반년 넘게 진행되는 전시라서 구입이 원칙이었다).

잡지를 다시 살펴보니 부쩍 보고 싶은 잡지, 정기구독하고 싶은 잡지가 많다. “최근 나온 잡지를 여러 권 읽었고 아이를 위해 어린이 잡지를 구독할까 생각하고 있다. 지금이 ‘신잡지 전성시대’인 것 같다.”

<strong>김민성 ‘종이잡지클럽’ 공동대표. 류우종 기자 <a href=wjryu@hani.co.kr" />

김민성 ‘종이잡지클럽’ 공동대표.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민성·이석 ‘종이잡지클럽’ 공동대표

이석 ‘종이잡지클럽’ 공동대표의 꿈은 동네서점이었다. 인기가 있지만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동네서점을 보면서 새로운 착안이 필요했다. 1년에 100만원어치 잡지를 정기구독하기도 했던 터라 ‘누군가와 같이 잡지를 봤으면’ 하고 생각했다. ‘잡지 보는 동네 책방’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자주 가던 독립서점의 김민성 대표(사진)를 눈여겨보고 공동대표이자 운영자로 끌어들였다.

“2년만 해보고 장렬히 전사하자.” 서울 인구 1천만. 0.01%인 1천 명은 알아주지 않을까. 하루에 30명이 오게 하자. 여전한 불안감은 조심스러움으로 덜었다. 인건비, 월세, 유지비 등 제반비용 2년치를 마련하고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종이잡지클럽’ 문을 열었다. 성공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원칙을 세웠다. 커피와 베이커리는 하지 말자. “저희가 입맛이 까다롭거든요. 맛없는 커피를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요.”(이석) “커피를 팔기 시작하면 커피 한 잔 두고 오래 있는 사람이 미워지더라.”(김민성)

2018년 10월 문을 연 날로부터 2년을 훌쩍 넘겼다. 500종 정도의 종이잡지를 진열하고, 원하는 사람은 잡지를 살 수 있다. “유지 비결 중에 싼값도 있어요.” 지금은 5천원인 일일이용권 가격이 원래는 3천원이었다. 한 달에 한 번 큐레이팅(선별)한 잡지를 받는 정기구독자와 3개월, 6개월 단위의 자유이용권을 따로 판매한다.

여전히 책방에 오는 사람은 하루 30명이 안 된다. 활로는 옆구리에서 들어왔다. “기업들이 키워드는 다르지만 새로운 감성에 대해 목마르다.” 사내 도서관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구하기도 하고, 론칭한 잡지를 제공하고 싶다고도 한다. 책을 이용한 사업을 제안하기도 한다. 대교그룹이 제안해 제주에 2호점을 냈다(종이잡지클럽 with 세가방).

“예전에 후배들에게 기획안을 써오라고 했는데 두 명의 기획안이 똑같았다. 구글링의 결과다.” 이석 대표는 후배들에게 잡지를 많이 보라고 한다. “책은 정확성은 높지만 느리고, 인터넷은 넓고 빠르지만 유효한 정보가 없다. 그 중간에 위치한 것이 잡지다.”

답이 없다고 해서 질문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답할 수 없고 수익구조가 없다 해도 시작할 수 있다. 가는 길에 답을 찾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은 신념이다.

지금은 “한 페이지를 넘겼다”(이석). 처음에는 2030 여성이 주로 책방 자리를 차지했는데, 요즘은 2030 남성이 혼자 오는 경우가 생겨서다. 주요 고객은 “가능성의 사람들”(김민성)이다. 취업준비생, 프리랜서, 지식노동자, 대학생, 중요하게는 에디터다. 혹은 종이잡지클럽을 통해 에디터가 된 사람들이다. 잡지 <왕만두>. 초등학교의 선생님이 아이들과 매년 만들어서 갖다준다. 잡지 <안녕, 망원>. 종이잡지클럽에서 잡지 세미나를 하던 고객이 만들었다. 서교동 뒷골목 순박한 건물 지하에 있는 종이잡지클럽은, 이후 한국 잡지 흐름의 산부인과가 될 것 같다.

<strong>최지은 교보문고 MD. 박승화 기자 <a href=eyeshoot@hani.co.kr" />

최지은 교보문고 MD.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교보문고 최지은 MD

교보문고 최지은 엠디(MD·상품기획자)는 2021년 ‘올해의 책’으로 잡지 <디렉토리>의 11번째 이슈인 ‘나의 한 평 정원’을 꼽았다. “집 안의 작은 화분 하나부터 텃밭, 정원까지- 식물에 진심인 사람들이 어떻게 진심이 되었는지 푸릇한 이미지와 함께 들어볼 수 있는 잡지”라고 소개했다. <디렉토리>는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서 펴내는 잡지로, ‘젊은 1~2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한다’.

최지은 MD는 2021년 입사한 뒤 잡지 분야를 맡고 있다. “최근에 독립했고 플랜테리어(식물로 집을 꾸미는 것) 유행에 관심이 간다. <디렉토리>를 보면 다양한 주거 형태에서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인터뷰했는데 좋았다”고 말한다. 사실 서점에서 잡지 판매는 표지가 무엇이냐에 달렸다. 방탄소년단(BTS)은 표지에 등장하기만 하면 잡지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려놓는다. 통상적인 잡지 베스트셀러는 패션지다.

2021년 교보문고 ‘올해의 책’에서 잡지를 꼽은 이는 또 있다. ‘책 팔아 책 사는 에스엔에스(SNS) 마케터’ 이은이씨는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고픈 책’으로 <어반라이크> 42호 ‘퍼블리셔’를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올해의 책’ 41권(작가 20권, 출판인 21권) 중 2권이 잡지다. 2021년 잡지의 전진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어반라이크>는 글 내용, 디자인, 잡지의 물성을 통해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2022년 1/2월호 <어반라이크> 43호 ‘아트 컬렉터 입문기’는 상자에 하얀 목장갑과 잡지를 배치하는 세트로 구성했다.

최지은 MD는 요즘 단순한 패션지 외에 하나의 분야를 파고드는 잡지, 좁고 깊게 다가가는 잡지가 많아졌다고 총평한다. 그가 꼽은 ‘파고드는’ 주요한 경향은 주거환경, 기후변화, 여성, 서평이다. 아직 20대인 그는 또래들이 잡지를 좋아하는 이유로 “트렌드를 따라잡으려는 세대 특징과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되어 자신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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