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에서 가장 유튜브를 많이 보는 사람은 엄마다. 올해로 환갑인 엄마는 윤석열 지지자다. 나는 심상정 지지자다. 엄마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함께 봤다.
“전에 (중국) 베이징 여행 갔을 때 식당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본 적 있어. 극도로 초췌한 모습에 마음이 아프더라. 그런데 유튜브를 켜니 북에서 온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네.”
엄마가 즐겨 보던 <강은정 텔레비전>(사진❶)에 다음과 같은 소개글이 있다. ‘뒤늦게 찾은 새로운 삶, 눈물과 감동, 탈북 여정 가운데 전해지는 자유의 소중함을 전합니다.’ 댓글엔 ‘대한민국에서 50년 이상을 산 나보다 더 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라는 고마움이 넘쳐난다. 어른들은 그곳에서 희망을 얻었다.
“이 사람들이 목숨 걸고 내려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심정을 전해 들으면 환희가 느껴져. 내 힘든 건 아무것도 아니구나. 젊을 땐 인생이 참 길게 느껴졌는데 나이가 드니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걸 실감해. 그래서 힘들지만 삶을 긍정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가나봐. 강은정이가 참 효녀 심청이거든. 일과를 마치고 유튜브를 켰을 때 마음씨 고운 아가씨가 ‘안녕하세요 여러분~’ 하는 인사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세상엔 사회적 약자가 많지만 연령대별로 마음을 건드리는 대상은 달라 보였다. 그럼 이제 정치 이야기를 해볼까.
“엄마는 몇 살 때부터 우파였어?” “평생 우파인 듯?” “한 번도 좌파인 적은 없었어?” “사회주의가 왜 좋겠니.”
우리 대화를 듣던 옆자리 아저씨가 슬그머니 끼어들더니 ‘좌파는 워낙 거짓말을 해서 안 됩니다’고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고 물으니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파는 사람의 본능, 그러니까 욕망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정책을 쌓아나가는데 좌파는 그걸 무시하고 좋은 말, 그러니까 해줄 수 없는 걸 해주겠다고 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밖에요.” 그럼 위선을 들키기보단 처음부터 보여주는 게 나으려나.
그래서 엄마도 <가로세로연구소>를 보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그건 자기 취향이 아니란다. 주로 TV조선 유튜브 채널의 <이슈포청천>이나 <11시 김광일 쇼>를 본다고. 옆의 아저씨는 <펜앤드마이크>와 <따따부따> 애청자였다. 같은 정치 성향을 가졌더라도 입맛 따라 보는 건 다르단다. 하지만 엄마가 진짜 좋아하는 유튜버는 따로 있다. 법륜 스님이다.
“만약 내 젊은 시절에 유튜브가 있었다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어. 좋은 얘기 들으며 마음공부 했으면 내가 했던 실수들 더 안 하고 살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스님 유튜브(사진❷)를 보고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해.”
천주교 신자인 엄마에게 법륜 스님은 또 다른 인생의 길잡이가 됐다. 스님 말씀을 들으면 마음이 너그러워져 용서하는 힘이 생긴다는 엄마. “처음에 듣고 좋아서 가족 카톡방에 올렸더니 아무도 대꾸를 안 해. 그래서 생각했지. 저들은 귀를 막고 있으니 나만 광명을 찾아야겠다.” 가장 최근에 본 영상은 ‘상대가 욕을 해도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여유’란다. “엄마, 이거 왜 봤어요?” “너 때문에.”
스님은 말합니다. “가까운 사람이 성질낼 때, 빙긋 한번 웃어보세요. 아마 열에 아홉은 안 될 거예요. 입 모양은 가능해도 마음은 안 웃어질 테니. 그럴 땐 한꺼번에 하려고 욕심내지 마요. 오늘 억지로라도 웃어보고, 내일 다시 도전해보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정말 상대가 짜증을 내는데 마음에서 씩~ 웃어질 때가 와요. 기적은 이런 데서 일어나는 거예요.”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강은정 텔레비전> 북한처럼 생각하고 낫 들고 볏가을하러 갔다가 혼자 가을하고 탈곡까지 쌀 해버리는 신비스러운 콤바인을 보고 기절한 강씨 부부! 한국은 농장도 현대화 죽여주는구만
https://www.youtube.com/watch?v=WYktm8Kl32M
<법륜 스님의 부처님 이야기> ‘상대가 욕을 해도 빙긋이 웃을 수 있는 여유’
https://www.youtube.com/watch?v=OwAXHS3jCt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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