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한국 드라마 속 ‘딩크족(의도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는 맞벌이 부부) 세계관’은 대개 두 갈래로 나뉜다. 결혼 전 아이 없이 살기로 약속한 부부, 그러나 도대체 피임을 어떻게 하는지 왜 아무도 정관수술을 하지 않는지 궁금할 만큼 이들에겐 백이면 백, 계획에 없던 아이가 생긴다. 아무래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딩크족을 겨냥해 불량 콘돔을 공급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음모론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아무튼, 이 세계관의 첫 번째 길은 출세욕 강하고 자기밖에 모르던 헛똑똑이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모성애를 깨닫고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결말로 향한다. 두 번째 길은, 남성이 외도해서 혼외자를 갖는다. 지금 방영 중인 주말드라마 KBS2 <오케이 광자매>와 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후자다.
원래 드라마에서 바람피우는 배우자는 악역이지만, 딩크족 남편이 바람피울 때 악역은 부인이다. <오케이 광자매>의 이광남(홍은희)은 아예 ‘이기적인 공주과’로 소개될 만큼 욕먹기 딱 좋게 만든 캐릭터다. 몸 망가지는 게 싫어서 애 안 낳는다며 결혼생활 15년 동안 남편 밥도 제대로 안 차려주고 ‘며느리 도리’도 안 하고 남편이 벌어온 돈은 자기 꾸미는 데 다 쓰는 여자! 그러니 드센 부인 등쌀에 억지로 딩크족으로 살던 남편 배변호(최대철)가 단골 밥집 사장과 하룻밤을 보내고 태어난 아이로 인해 행복을 느끼는 건 남자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란 얘기다.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부혜령(이가령) 역시 화려한 외모에 거만하고 자기주장 강한 방송인으로, 딩크족 여성에 관한 선입견을 응축해놓은 듯한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피로감을 느낀 남편 판사현(성훈)은 헬스장에서 만나 가까워진 여성이 자기 아이를 갖자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처럼 남편에게 혼외자가 생겼을 때, 딩크족이던 여성의 선택은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죽거나 사라진 아이의 친엄마 대신 이광남처럼 자기가 키우겠다고 나선다. 둘째, 부혜령처럼 자기도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바로 그 바람피운 남편의 곁에 남기 위해서다.
지난 10여 년 사이 드라마 속 딩크족은 ‘다양한 가족형태’의 구색 맞추기처럼 종종 등장한다. 꾸준히 떨어지는 출생률과 무자녀 부부가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지만, 극 중 이들의 역할은 ‘철없는 딩크족’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출산 장려 메시지의 전달자에 불과하다. 특히 아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을 향해 <오케이 광자매>나 <결혼작사 이혼작곡> 같은 드라마들이 던지는 신호는 분명하다. “병원에라도 가보고 노력이라도 해라. 남자 마음 다 똑같아.” “어른들 말마따나 애라도 있으면 자식 보고 산다지만.” 즉, 결혼한 주제에 감히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너의 직무유기이므로 배우자의 배신조차 네가 자초한 결과이며 아이가 없는 이상 언제든 끈 떨어진 연처럼 떨어져나갈 각오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드라마를 볼 때면 나는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책을 쓰기 위해 만났던 현실 속 딩크족 여성들을 떠올린다. “드라마에선 ‘그 아이 내가 키우겠다’ 하던데 저는 그렇게는 안 할 것 같아요.” “아이가 없어서 남편이 나를 떠나거나 헤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은 별로 없어요. 정 그렇게 원하면 이혼하고 가지시든가.” 아이 낳지 않는 여성을 향한 협박으로 가득한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지들이 내게 건넸던 명쾌한 위안을 언젠가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을까.
최지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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