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입에서 ‘씨발’ 소리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많다. 특히 사이코패스와의 갈등이 등장하는 스릴러나 공포영화가 그렇다. “4885, 너지?” 하는 대사로 유명한 <추격자>에서도, 두 사람이 말 그대로 ‘끝까지 가는’ 추격 스릴러 <끝까지 간다>에서도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설은 아주 자연스럽게 장면마다 등장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특별하다.
영화 한 편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몇십 년 시차를 두고 연결되는 두 여자 이야기를 담은 영화, <콜> 얘기다. 얼핏 보면 어디서 본 것 같은 설정이다.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시간여행 설정은 원작 영화인 <더 콜러>(2011)의 것이 아니더라도 낯익다. 몇 년 전 드라마 <시그널>에서도 무전기를 통해 연결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그려져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SF에 기댄다. 원치 않는 내 상황을 바꾸려고 하다가 그만 깨우지 말아야 했던 악한 존재를 깨워버렸다면? 이 영화는 과거를 바꾸고 싶어 하는 한 사람과, 살인 본능을 가진 사이코패스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전화로 연결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 <콜>의 독특함은 조금 더 잘 들여다볼 때 도드라진다.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 영화 <버닝>의 잔잔한 미소, <닥터스>에서 보여준 풋풋하면서도 성숙했던 아름다움은 <콜>에서 아주 약간만 허락된다.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그들의 입에서 ‘씨발’이 비명처럼 나온다. 여성 배우의 입에서 이렇게 자유분방한 소리가 웃음기 없이 나오게 하는 영화는 드물다. 배우 박신혜와 전종서는 서울말로 히스테릭한 정통 쌍욕을 아주 매끄럽게 구사한다.
배우 전종서는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말에 ‘섹시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노출이 있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나와서가 아니다. 기존에 많이 쓰이는 섹시함과는 정의가 좀 다르다. 끝까지 내달리고 몸을 던지는, 악에 받친 고함에서 묻어 나오는 죽음의 냄새.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무표정함.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는 새로운 의미에서 ‘섹시’하다. 영화 <콜>은 공개된 날부터 쭉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넷플릭스 콘텐츠 다섯 손가락 안에 들며 흥행 중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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