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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vs 마르크스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유물론에 대한 유신론자의 해석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록 2020-10-24 16:49 수정 2020-10-27 16:09

“카를 마르크스 귀하. (…) 저는 귀하와 성만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2001년 트리어의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선 하느님께서 어떤 유머를 숨겨두신 게 아닐까 하는 확신이 들기도 합니다. 트리어는 1818년 귀하께서 태어난 곳이자 유년기를 보낸 곳이고, 훗날 귀하의 부인이 될 예니 여사를 만나 사랑을 배운 곳입니다.”

“마르크스가 마르크스에게, 서문을 대신하여” 쓴 편지의 한 대목이다. 독일 천주교 트리어 교구장인 라인하르트 마르크스(67) 추기경이 2008년 쓴 <추기경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첫 우리말 번역본(주원준 옮김, 눌민 펴냄)이 나왔다. 앞서 1867년 카를 마르크스가 제1권 초판을 낸 <자본>(Das Kapital)과 책의 원제도 똑같다.

지은이는 가톨릭 사회교리를 전공한 신학자로 독일 주교회의 의장을 지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문기구인 경제평의회 위원이기도 하다. 반면 카를 마르크스는 냉철한 사회구조 분석을 토대로 프롤레타리아 계급혁명을 주창한 사상가이자, 종교를 ‘인민의 아편’으로 규정한 유물론자였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140년 안팎의 시차를 두고 만나는 접점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두 마르크스 모두 “고삐 풀린 자본주의 체제에서 소외되고 착취당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구조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며, 인간과 세계의 변화를 촉구한다.

두 사람이 다른 점은 방법론에서다. 지은이는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공산당 선언>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철학, 현대 경제학과 사회학 등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토대로 ‘공존과 상생을 지향하는 질서 자본주의’(부제)를 역설한다. 카를 마르크스가 간파한 “자본주의 체제의 내적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역사의 진전이 종말에 이르러 (…) 자본주의가 스스로 멸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오늘날 인류가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엄청난 양의 재화와 서비스의 제공”은 시장경제 체제에서만 가능하다고 봐서다. ‘세계화’도 “인류를 한 가정으로 보는 사상과도 부합하며, 그런 사상은 교회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만인의 공동선을 위한 연대성”이 가톨릭 사회교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계급적 연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인간의 연대다. 그 실현을 위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질서 자본주의’다. 이때 ‘질서’는 가톨릭 신학의 ‘자연법’ 사상이 말하는 “신이 만물에 부여한 내재적 본성”이다. 그 질서의 무기력한 수용이 아니라 올바른 성찰과 적극적 실현이 인간의 몫이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오늘날 귀하(카를 마르크스)의 이론을 보존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자뿐 아니라 자본주의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했다. 유물론자와 유신론자, 두 마르크스가 의기투합할 수 있는 것도 역사의 역설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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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권리-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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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핵의 세계사

정욱식 글, 소복이 그림, 갈마바람 펴냄, 1만2천원

평화운동에 헌신하는 지은이가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핵무기 이야기. 핵무기의 역사, 가공할 위력, 핵무기와 핵발전, 세계 각국의 핵무기 개발 시도와 포기, 핵확산금지조약, 핵무기를 둘러싼 여러 시선, 핵 없는 세상을 향한 노력 등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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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편집자이자 다독가인 지은이가 평생 읽은 책 중 52권을 추려 쓴 독서 에세이.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비롯한 고전 명작부터 현대문학, SF 소설, 교양과학서까지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양서의 향연이 펼쳐진다. 독자의 마음 상태와 상황에 따라 읽을 만한 책을 분류했다.


비혼수업

강한별 외 4인 지음, 넥서스 펴냄, 1만5900원

비혼여성 커뮤니티 에미프(emif) 공동대표 5명이 들려주는 ‘즐거운 1인 가구 지침서’(부제). ‘독립적인 삶’을 선택하는 이유, 슬기로운 재무 관리, 혼자서 집 구하기와 인테리어, 비혼 생활의 즐거움, 자존감과 품위 지키기, 식생활과 건강, 인간관계, 반려동물, 노후관리까지 망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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