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기쁨과 슬픔을 맛본다. 솟아오르는 충만함에 부풀기도, 나락 같은 심신의 고통에 가라앉기도 한다. 대부분은 일시적이다. 그런 정서나 증상이 한없이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마음의 병’이라는 정신질환도 신체의 병과 다를 게 없다. 타인은 짐작하기조차 힘든 내면의 고통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슬픔과 격려를 나누고, 희망을 찾는 책 세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한겨레출판 펴냄)는 이주현 <한겨레> 기자가 2001년 중증 조울병 발병부터 치료와 재발, 자잘한 파고를 넘기고 휴전 상태를 유지하기까지 20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지은이는 비교적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이른바 명문대를 나왔고, 본인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다. 자긍심을 가질 만했다. 이 모든 ‘성공’은 조울병과 아무 상관이 없다.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찾아오는 증세는 ‘소심한 자살’을 시도하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몇 차례 강제 입원을 했을 만큼 심각했다. 지은이는 상반되는 감정의 폭주에 당혹해하고 맞서 싸운 과정을 뭉클한 기록으로 남겼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세상을 연결하는 징검다리를 놓고 싶었다”는 지은이의 삶이 옹골지고 따뜻하다.
<여보세요, 제가 지금 죽고 싶은데요>(현암사 펴냄)도 ‘자살에 실패한 저널리스트의 우울증 추적기’다. 캐나다 기자인 애나 페이퍼니는 2011년 자동차 부동액을 마신 것을 시작으로 모두 여섯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극심한 우울증이 불러온 자살 충동이었다. “구명조끼와 닻이 필요하고, 어둠 속에서 소리치고 무장도 해야” 했던 지은이가 선택한 방식은 직업적 기질과 장점을 살린 정면 승부다. “이 쓰레기같은 병에 기자로서 다가간” 것이다. 먼저 “장기와 내분비 시스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독성 약물을 ‘상습 복용’했다.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감전, 충격, 태우기로 뇌를 항복시키”는 전기·자기 자극술을 15차례나 받았다. 포르말린 용액에 절인 뇌 조각들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우울증 발병과 그 정도가 사회·문화적 환경에 따라 상이한 ‘건강 불평등’과 ‘미흡한 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지은이는 “우울증을 멋대로 놔둘 경우 일으키는 파멸을 인정하지 않아, 여전히 치료가 형편없고 지독히 불공평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구조적 실패로 돌리자”고 강조한다. 이는 앞서 <삐삐언니…>가 “조울병은 혼자 허공에 중얼거려야 할 일이 아니며, 그렇게 놔두는 세상에 대해 항의해야 한다”고 쓴 것과도 결이 닿는다.
<하늘에 두둥실>(송송책방 펴냄)은 만화작가 백종민의 단편 모음집이다. 공황·편집증·폐소공포증·해리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작가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부조리를 돌아보는 시선은 차갑고 정직하다. 아픈 몸의 치유와 해원을 갈망하는 살풀이 굿으로 읽힌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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