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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금연입니다

새해 목표가 ‘금연’이라면 병원을 찾아가시라
등록 2018-12-29 14:08 수정 2020-05-03 04:29
보건복지부의 2015년 금연 광고. 보건복지부 제공

보건복지부의 2015년 금연 광고. 보건복지부 제공



2015년 12월29일 화요일


“흡연은 질병입니다. 금연은 치료입니다.”
익숙해진 공익광고를 보다가 ‘다시’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올해 담뱃값이 큰 폭으로 오르기도 했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가 담배를 피우는 게 영 면이 서지 않기도 했다. 이번에는 건강보험공단 관계자가 안내해준 대로 병원에서 ‘금연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오후에 일찌감치 기사를 마감하고 동네 의원을 찾았다. 건보공단 누리집에서 찾은 금연 치료 의료기관이었다. 오전 내 맑았던 하늘은 점심 무렵을 지나면서 담배 연기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저 금연 치료를 받으러 왔습니다” 이야기하자 안경이 코끝에 아슬하게 걸린 늙은 의사가 나를 물끄러미 봤다. 의사는 건보공단 사이트에 접속하더니 “건보공단 입력 시스템은 할 때마다 헷갈린다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면서 조금 어설픈 손놀림으로 내 개인정보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라는 약을 처방할 텐데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설명할게요. 잘 들어요. 약을 먹는 초기에 좀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잘 안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약과 술을 먹으면 경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끔찍한 악몽을 꿀 수도 있습니다. 드물게 약을 먹고 우울증에 걸렸다는 보고가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게 약 때문인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에요….” 설명을 마친 의사가 처방전과 투약 주의사항이 적힌 종이를 건넸다.
나이가 지긋한 의사가 끔찍한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는 상황에 피식 웃음이 나려는 걸 참고 물었다. “이렇게 부작용이 있는 약을 먹어도 괜찮나요?” 의사는 예상한 질문이라는 듯 금세 대답했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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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쥔 건 2013년 6월4일 화요일 저녁, 언론사에 입사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양천구 구의원의 장례식장 앞에서였다.

선배에게 취재 지시를 받긴 했는데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빈소와 장례식장 건물 밖을 1시간 동안 배회했다. 보고 시간은 다가오는데 아무것도 묻지 못한 나는 머리를 감싸쥐고 장례식장 옆 편의점에 가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샀다. ‘열심히 공부해서 기자가 되긴 했는데, 이 일을 정말 계속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두세 대를 내리 피웠다. 그렇게 다시 흡연자가 됐다.

담배를 피우면서 가장 안 좋았던 건 주말에 잠을 너무 많이 잔다는 거였다. 담배를 늘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평일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은 주말 아침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러면 병든 닭처럼 졸음이 몰려왔다. 금단증상이었다. 해가 중천을 지나 떨어질 때가 돼서야 힘없이 일어나는 날이 많았다. 그렇게 흡연의 유혹과 싸우며 주말을 보내고도 출근하면 다시 담배를 피웠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겠다고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린 게 2015년 말이었다. 처방받은 금연 치료약 챔픽스는 의사가 설명했던 내용이 그대로 나타났다. 평소보다 꿈을 더 많이 꿨는데 자고 일어나서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날이 많았다. 취재한 내용 중 가장 끔찍했던 일이 꿈에서 자주 재현됐다.

치료 효과는 확실했다. 약을 먹은 지 3주가 채 되지 않아서 담배 생각이 나지 않았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흡연 욕구가 전혀 없다. 제조사는 12주간 처방대로 복용하면 6개월 후 금연 성공률이 52.2%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본인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할 경우 성공률은 5%도 안 된다.

2019년 새해에 금연을 계획한다면 ‘금연 치료’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다만, 처방약의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면 반드시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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