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남한 사람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도시를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평양’이 1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카메라에 잡힌 평양은 회색 도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도시였다. 평양이란 도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건축·조경 전문가들의 책이 나란히 나왔다. 평양을 비롯해 사회주의 도시를 꾸준히 탐구해온 건축가 임동우가 쓴 (스리체어스 펴냄, 1만2천원), 북한의 자연 유산을 공부해온 조경 전문가 이선의 (효형출판 펴냄, 1만7천원)이다.
는 현재 우리가 맞닥뜨린 도시문제를 짚는 것에서 출발한다. 제너럴모터스와 포드가 태어난 곳,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이 쇠락하며 폐허로 변해버렸다. 한국에서도 공업 도시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울산, 구미, 군산 등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긴다. 그런가 하면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자율주행차 등 이동수단의 재편을 예고하며 대대적인 도시 구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도시들의 변화와 위기를 고찰하면서 사회주의 도시계획 이론의 ‘지혜’를 빌려올 것을 제안한다. 이는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며 도시를 건설한 사회주의 계획 이론의 핵심 가치인 공공성의 증진이다. 지은이는 도시 규모 제한, 국가 통제에 따른 주거 공급, 녹지 공간 확충, 광장 같은 상징 공간 확보 등 사회주의 도시의 이상이 평양에 어떻게 적용됐는지 설명한다.
그가 보기에 평양의 교훈은 ‘생산의 도시’다. 도시와 농촌을 갈라놓지 않아 자급자족적 구조를 갖췄고, 학교·탁아소·주택·공장 등을 함께 묶은 주택 소구역(마이크로 디스트릭트) 계획을 통해 직주근접을 실현했다. 도심 공동화를 막고 도시의 생산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사회주의 도시는 해법의 단초를 마련해준다.
은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매력적이었던 도시 평양의 옛 모습과 함께 풍부한 녹지와 공원을 갖춘 현재의 모습을 설명한다. 18세기 들어 청나라와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평양은 풍류 넘치는 조선 제1의 관광도시였다.
사회주의 국가의 수도로 변모한 뒤엔 ‘도시 속 공원이 아니라 공원 속 도시를 만들자’는 구호 아래 공원·녹지가 풍부하게 만들어졌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전국 공원과 유원지를 담당하는 ‘유원지 총국’이라는 국가기구가 출범했고, 공원·유원지 관리법도 제정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신 설비를 갖춘 대형 유원지 건설을 지시하며 릉라 인민유원지, 대성산 유원지, 만경대 유원장, 문수 물놀이장 등을 확대하고 현대화했다. 대동강변엔 대규모 롤러스케이트장도 들어섰다. 지은이는 고구려와 고려의 문화 유적이 남아 있고 녹지가 풍부한 평양의 장점이 통일 시대엔 만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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