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랫배가 아파.” 며칠 전 아내가 임신 증상이 아닐까 의심했다. “설마 임신일 리가 있겠어?” 하며 안심시켰는데 기분이 영 묘했다. 도담이가 태어난 지 이제 겨우 1년4개월밖에 안 됐는데 둘째라니. 아무래도 상상이 쉽게 되지 않았다. 아내와 나는 서로의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무심코 “둘째가 생겨도 나쁘진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둘째 계획은 없어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에게 물었다. 공공주택 새 입주자 환영식에서 옆집 사는 ‘평평’(별명)과 ‘오가피’는 복음을 전파하듯 둘째가 생기면 좋은 점을 줄줄이 나열했다. 평평도 오가피도 자식 둘을 각각 두고 있다. 그들은 아이 둘을 키우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고 안심시켰다. 첫째가 육아를 잘 도와주고, 아이들이 좀더 자라면 자기들끼리 잘 논다는 달콤한 근거를 대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첫째에게 동생이 생기면 살아가면서 남매끼리 혹은 자매끼리 의지가 될 거라는 근거도 나왔다. 부모로서 책임감을 자극하는 말이었는데 둘의 표정을 보니 ‘이래도 둘째를 안 가질 거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레이저로 쏘는 듯했다.
두 남매의 어머니이자 육아 선배인 장조이 누나는 둘째 계획을 ‘자전거 이론’에 비유했다. 누나가 지어낸 자전거 이론은 자전거를 장만해야 자전거를 살지 말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둘째를 만들어야 둘째 계획을 고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둘째 계획을 고민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둘째를 가질 마음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니 “고민하지 말고 가져라”는 게 자전거 이론의 속뜻이다. 그러면서 장조이 누나는 자신의 선배에게서 “둘째 고민은 폐경까지 계속될 거”라는 어마무시한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첫째가 옵션이면 둘째는 필수라는 얘기인가, 너무 나갔다.
둘째가 생기면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잘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장모님이 도담이 하나 보는 것도 힘들어하시는데 둘째까지 봐달라고 부탁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짐작된다. ‘2인용’ 집에서 도담이를 데리고 사는 게 힘들어서 3인용 집으로 이사했는데 하나 더 생기면 공간 문제를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머리가 아프다. 또, 아내와 내 월급으로 네 식구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할지도 계산해야 한다. 코알라(별명)에게 “프랑스에 유학 간 선배가 아이 넷을 낳았더니 생활비가 해결되더라”는 말도 들었는데 한국에서 프랑스 수준의 육아 지원금을 기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번 시작한 걱정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나나 아내나 둘째를 가지고 싶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그들끼리 부딪히면서 기쁨, 실망, 슬픔, 화남 같은 기본적인 감정과 배신, 의지, 다툼, 화해 등 여러 행동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다. 하지만 어렵게 내린 결론도 잠시뿐이다. 임신 테스트 결과, 아내가 임신이 아닌 걸로 나왔다고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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