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스럽다는 말을 내‘뱉는’ 사람 빼고, 세상에 상스러운 것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상(常)은 본래 평범하다는 뜻이다. 일상(日常)이 그러하듯 일정하고, 변함없으며, 떳떳하고, 영원하다는 의미도 있다. 말이나 행동이 보기에 천하고 교양이 없다(표준국어대사전)는 뜻으로 쓰이는 형용사 ‘상스럽다’ 혹은 ‘쌍스럽다’. 이 단어들은 언중을 원망할지도 모른다. 상스러운 게 어디가 어때서.
《HOLY SHIT: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글항아리 펴냄)는 인류의 3천 년 역사를 비속어라는 도구로 탐사한 기록이다. 별나고 도발적인 멀리사 모어 작가는 미국의 중세 르네상스 영문학 연구자다. 책은 영어 비속어를 중심으로 쓰였다. 지은이는 비속어가 단지 잡스런 언어가 아니라 “극단적 감정을 실어나르는 최상의 언어적 도구”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인간은 마음이 쓰이는 대상에 대해(서만) 상소리를 지껄인다.” 그러므로 다수 인간의 마음이 향했던 대상을 들여다보는 데 상소리는 꽤 유용한 렌즈인 셈이다. 미워하고 공격할 때도, 심지어 사랑과 우정을 표현할 때조차 비속어를 섞어 쓰는 건 한국어가 모어인 우리나, 고대 로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 따르면, 비속어는 ‘불경한 말’과 ‘외설한 말’로 나뉜다. “비속어를 지켜온 힘은 주로 금기시되는 두 영역에서 나왔다. 바로 종교와 인간의 몸, 즉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다.” 종교의 성스러움을 거스르는 언어가 불경한 말, 몸과 관련한 언어가 외설한 말이라는 것. 현대영어의 외설어와 그 대응이나 쓰임이 다른 라틴어 외설어를 파고드는 것으로 탐사는 시작된다. 고대 로마인은 성적 지향을 이성애나 동성애로 나누지 않았다. 대상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삽입을 하느냐, 당하느냐. 이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구강성교’ 같은 말이 당시엔 최악의 비속어였다.
“오 하느님!”(Oh my God), “예수님 맙소사!”(Jesus Christ). 흔하디흔한 이런 추임새는 중세엔 입에 담을 수 없는 불경한 말이었다. 신의 이름을 남용해선 안 되었다. 성스러움에 대한 강요가 낳은 풍선 효과는 중세 영어를 기발하고 자극적인 단어장으로 채웠다. 민들레 ‘침대속오줌’(pissabed) 모과 ‘열린똥구멍’(open-arse) 황조롱이 ‘바람씹군’(windfucker)…. “성서는 성스러운 말씀과 더불어 상소리의 견본을 영어 사용자들에게 제공했다.”
비속어가 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비속어는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도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게 해주는 안전장치”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심박수를 상승시켜 신체적 고통을 줄여주고 기억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도 소개된다. 결정적으로 비속어는 뇌에서 대부분의 언어능력과 합리적 사고를 통제하는 대뇌피질이 아닌 변연계에 저장된다. 샤를 보들레르가 질병으로 언어를 거의 다 잃었을 때도 ‘제기랄!’만큼은 잊지 않은 이유다.
현대의 가장 강력한 비속어는? 책은 ‘멸칭’(경멸하며 부르는 것)을 꼽는다. 멸칭이란 특정한 인종, 성별, 장애, 외모 등을 낮잡아 한 단어에 응축한 표현이다. 불경, 외설과 달리 멸칭엔 화자의 오만함이 깃들었다. 멸칭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섬세한 인권 감수성이 필요하다. 부정적 감정의 배출구가 상소리인 건 맞지만, 타인을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삼아선 안 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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