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탄의 연기가 선을 그리며 내려오고 바다는 잔잔하고 (세월호 선수는) 고래가 머리를 쳐든 것 같고 옆에는 작은 배 한 척이 보인다. 굉장히 처연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진 같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 안에는 생존해 있을 304명이 갇혀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구출이나 인양 작업이 시도되지 않은, 국가의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던 순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봉규 출판사진부장은 3년 전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러 전남 진도 팽목항에 갔다. 배를 타고 2시간30분 정도 들어가 사고 현장인 동거차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눈앞에 보이는, 침몰하고 있던 세월호를 찍었다. 비극의 첫날 밤이었다. 그날 이후 진도는 그의 ‘기록의 현장’이 되었다.
사진기자 김봉규가 사진집 (눈빛 펴냄)를 펴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를 인양한 2017년 3월24일까지 3년의 시간을 담았다. 참사 뒤 40번 넘게 찾아간 팽목항에서 찍은 사진이 사진집의 뼈대를 구성한다. 그가 뷰파인더에 담은 56장의 컷은 새벽녘이나 해가 떨어진 무렵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세월호 유가족과 그들을 위로하는 사람들, 팽목항에 마련된 신원확인소, 유류품 보관소,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진행된 다이빙벨 시험, 분향소, 녹슬고 갈라진 세월호 선체 등이다.
힘겹게 고르고 고른 56장 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컷이 있다. “세월호에서 발견된 단원고 여학생 여행가방에서 나온 철제 머리빗을 잊을 수 없다. 바다에서 나와 녹이 슬고 퉁퉁 부은 머리빗의 돌기 하나하나가 (세월호 안에 있을) 아이들처럼 보였다.”(75쪽)
그는 고백한다. 27년의 기자생활 동안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1993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1995년) 등 수많은 사고 현장을 지켰지만, 세월호 현장에서 느낀 슬픔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울부짖음을 지켜보며 차마 카메라를 들 수 없었다. 그래서 이 ‘노련한’ 사진기자는 팽목항 주변을 하릴없이 서성거리기만 했다. 그도 세월호 부모들처럼 고등학생 아들을 둔 아버지였다.
그래서인가, 그의 사진은 비극적 현장의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한발 물러서 가족들의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다. 그는 사진집에 대해 “갓 쉰 살을 넘긴 이 시대 보통의 아버지가 비극의 현장을 카메라 뷰파인더로 바라본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소설가 김훈은 사진집 해설에서 이렇게 썼다. “김봉규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극의 슬픔과 분노를 적막 속에 감추고 있다. 감춘다기보다는 감춤으로써 표출되고, 억누름으로써 드러난다. 이 억누름은 힘을 가해서 얻어지는 물리적 억누름이 아니라, 드러나지 못해서 아우성치면서 심층에 잠겨 있는 것들의 드러남을 허용하는 여백의 시간과 공간을 마련한다.”
김봉규 기자의 바람은 더 많은 세월호 참사 기록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다. 세월호를 잊지 않기 위해,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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