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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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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엔 자유가 있지옹!

거리와 카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들…

사람들 틈에 섞여 자연스럽게 삶 누려
등록 2017-07-20 21:01 수정 2020-05-03 04:28
손님들 틈에 천연스럽게 앉아서 시켜놓은 국수를 기다리는 듯한 고양이. 이용한 제공

손님들 틈에 천연스럽게 앉아서 시켜놓은 국수를 기다리는 듯한 고양이. 이용한 제공

몇 년 전 루앙프라방을 여행했다. 루앙프라방은 라오스에서도 여행자가 가장 즐겨 찾는 곳으로 ‘작은 유럽’ ‘동양의 프로방스’라 불린다. 이곳에서 여행자들은 왕위앙(방비엥)이나 루앙남타 같은 숨겨진 여행지로 떠나거나 여정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도 루앙프라방은 특별한 곳이다. 거리와 골목, 식당과 카페 어디에서나 고양이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고양이가 호시탐탐 여행자의 무릎을 노리기 때문이다.

노련한 고양이는 눈빛만 교환해도 대충 상대를 파악하는데, 녀석들이 선택한 테이블에서 퇴짜 맞는 고양이를 거의 본 적 없다.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올라와 참견하는 고양이(“웬만하면 스테이크나 빵을 시켜라옹!”), 이미 앞에 앉아 겸상하는 고양이(“식빵 안에 든 소시지는 나한테 주는 거다옹!”), 아예 무릎냥이가 되어 여행자의 무릎과 치마를 앞접시 삼은 고양이(“게스트하우스 라운드리 서비스를 이용하라냥!”), 어느덧 다 먹고 다른 손님을 물색하는 고양이…. 대략 여행자 거리의 식당 풍경이다.

루앙프라방의 고양이들이 식당을 자유롭게 출입하며 여행자의 주머니를 털고 마음을 빼앗는 데는 이곳 분위기도 한몫한다. 루앙프라방 여행자는 대체로 고양이에게 관대한 유럽 여행자고, 다른 지역의 여행자라 해도 이곳 분위기를 해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신성한 불상의 도시’답게 루앙프라방 사람들이 고양이를 대하는 태도 역시 우호적이다.

이곳을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가 있다면 외곽의 허름한 국숫집에서 만난 고양이다. 하얀색 등에 노란 반점이 세 개쯤 찍힌 삼색 고양이. 녀석은 식탁에 둘러앉아 국수를 먹는 사람들 틈에 떡하니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주인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이보게, 주인장! 여기도 국수 한 그릇 주시오.” 고양이는 둘러앉은 사람들과 가족처럼 보였고, 거기가 제 자리인 듯 앉아 있었다. 그 틈에 끼어 나도 국수 한 그릇 먹고 싶었지만, 방금 고양이와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온데다 한 무리의 손님이 가게로 몰려오는 바람에 천연스럽게 앉아 있던 고양이마저 자리를 뜨고 말았다.

사실 루앙프라방은 길고양이의 천국이 아니다. 유럽이나 일본처럼 넉넉한 삶이 아니기에 이곳 길고양이는 풍족한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 급식소를 운영하는 캣맘이 많은 것도 아니고, 아픈 고양이를 치료해줄 병원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라오스에선 우리나라처럼 고양이에 대한 천대와 멸시가 공공연하지 않다는 것. 넉넉지 않은 삶 속에도 사람들은 길 위의 개와 고양이에게 마음을 주고 먹거리를 나눈다는 것. 고양이와의 공존을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람들 틈에 섞여 자연스럽게 제 삶을 누리는 것만 봐도 여기가 우리와 조금 다른 세상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이용한 고양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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