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에서 ‘히든 플레이스’(숨겨진 곳)로 급부상한 곳이 있다. 일본과 한국의 애묘인들에게 성지로 통하는 ‘허우통 고양이마을’이다. 알려진 바로는 허우통에 평일엔 수백 명, 주말엔 수천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한다. 과거 허우통은 대만 최고의 탄광도시였다. 전성기 때만 해도 이곳에 900가구가 있을 정도로 번창했지만, 1990년 석탄 생산이 중단되자 인구는 급감하고, 마을은 쇠락했다. 몰락의 길을 걷던 마을이 다시 살아난 것은 2005년 고양이마을을 조성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애묘인들 사이에 고양이마을이 알려지면서 덩달아 이곳 지역경제도 살아난 것이다.
허우통역 1층에는 고양이마을의 상징과도 같은 ‘까만코’(黑鼻) 동상이 세워져 있다. 명예역장인 까만코는 고양이마을이 생기기 전 이 마을에 살던 고양이라고 한다. 어느 날 녀석은 열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위해 역내에 동상을 세워 명예역장 모자를 씌워주었다. 대합실이 있는 2층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고양이는 주로 ‘고양이 스탬프’를 담당하는 역무원 고양이(고등어)다. 하필이면 녀석의 지정 자리도 스탬프를 찍는 탁자 위다. 본격적인 모습의 고양이마을은 이곳 2층 대합실과 연결된 구름다리를 건너 철로를 지나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팻말이 있다. 개는 데리고 들어오지 말라는 ‘개 출입금지’ 팻말. 사료와 간식 외의 사람 음식을 고양이에게 주지 말라는 안내문도 붙어 있다. 마을 입구부터 고양이를 만나는 일은 어렵지가 않다. 마치 환영 인사를 하듯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앉아 손님을 맞이한다. 녀석들은 열차가 도착할 무렵이면 이렇게 늘 입구로 나와 손님을 맞는다. 아무래도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입구에서부터 선물 보따리를 풀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길을 따라 곳곳에 고양이를 위한 집과 급식소도 마련됐다. 급식소가 있는 곳엔 당연히 고양이 몇 마리씩은 앉아 있고, 누군가 다리쉼이라도 할라치면 서로 무릎냥이가 되려고 경쟁을 벌인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고양이가 손님맞이 고양이 노릇을 하며, 적당한 거리만 유지하면 멋진 자세로 모델 고양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곳 고양이들에게 사람은 언제나 먹이를 주고 거처를 마련해주는 고마운 존재이자 친근하고 신뢰할 만한 반려자인 셈이다.
고양이마을 고양이들은 날마다 수많은 사람과 만난다. 이렇게 사람 손을 타다보면 쉽게 질병에 걸릴 수도 있지만, 다행히 이곳 고양이들은 정기적으로 수의사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쇠락한 폐광촌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난 대만의 고양이마을.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곳에 묵을 만한 숙소가 없다는 것과 식당이 부족해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한참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 옛 탄광마을을 정비 없이 고양이마을로 꾸미다보니 자연스럽긴 하지만 살짝 어수선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은 1할도 채 안 된다. 나머지 9할은 부럽고 또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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