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 미나, 디나를 위한 동화

인도 샨티니케탄에서 만난 생선장수와 길고양이 세마리의 이야기

이용한 제공

“리나~! 미나~! 디나~!”

늙수그레한 생선장수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진다. “리나~! 미나~! 디나~!” 한 번 더 생선장수는 목청을 돋운다. 길가의 옷가게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쪼르르 생선장수에게 달려간다. 20m쯤 떨어진 아래 옷가게에서 또 한 마리의 고양이가 생선장수에게 달려간다. 구멍가게 앞 의자 그늘에 앉아 있던 고양이 녀석도 기지개를 켜고 생선장수에게 달려간다.

순식간에 고양이 세 마리가 생선장수 앞에 앉았다. 생선장수는 고양이들을 앞에 두고 민물고기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큰 민물고기의 부산물은 고양이 몫이었다. 생선장수는 민물고기를 손질하며 나온 내장과 아가미를 고양이 세 마리에게 골고루 나눠주었다. 고양이들은 당연하게도 그것을 받아먹었다. 이따금 근처에 누워 있던 개들이 고양이에게 던져준 것을 빼앗아먹어 가끔 개와 고양이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여기는 인도 샨티니케탄. 타고르가 명상하고 시를 쓰고, 후학을 위해 대학을 세웠던 인구 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샨티니케탄에서 내가 만난 첫 풍경. 생선장수와 고양이, 그리고 섭씨 45℃의 폭염. 먹을 것을 얻는 고양이들은 한동안 생선장수 곁에 머물렀지만, 줄기차게 내리쬐는 볕과 폭염을 참지 못해 하나둘 근처 옷가게와 나무 그늘로 피난을 갔다. 아랑곳없이 생선장수는 햇볕 아래서 또 한 마리의 생선을 꺼내 비늘을 다듬었다.

“리나~! 미나~! 디나~!”

생선장수의 목소리가 또다시 거리에 울려퍼졌다. 냥냥거리며 다시 고양이가 생선장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근처 모래 더미에 누워 있던 개와 의자 그늘에 엎드려 있던 개도 굼뜨게 걸어왔다. 생선장수는 고양이에게도 개에게도 공평하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으르렁거렸지만, 서로가 던져진 몫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게 ‘룰’이나 다름없었다. 개 한 마리가 그 룰을 깨곤 했는데, 그때마다 생선장수는 개를 나무랐다.

그나저나 이 고양이들은 생선장수가 키우는 것일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녀석들은 모두 길고양이였다. 게다가 이 녀석들 모두 품종이 아비시니안이다. 녀석들은 먹을 것을 얻어먹고 나면 근처 옷가게와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피했다. 옷가게 주인은 마음대로 드나드는 고양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옷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신경 쓰지 않았다.

“리나~! 미나~! 디나~!”

이튿날 아침, 다시 생선장수를 찾았다. 생선장수는 똑같은 자리에서 좌판을 펼쳐 생선을 다듬었고, 물고기의 부산물이 나올 때마다 세 고양이의 이름을 불렀다. 고양이 세 마리가 다 고만고만해서 누가 리나이고 미나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건 별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인도 동북부 벵골주의 작은 도시 샨티니케탄에도 고양이를 갸륵하게 돌보는 손길이 있었고, 그것을 고마워하는 고양이 세 마리가 있었다. 생선장수와 고양이 세 마리. 엄연히 존재하는 이 현실이 내게는 아득한 동화처럼 읽혔다. 안녕, 리나 미나 디나! 그리고 생선장수 할아버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이용한 고양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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