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은 완벽한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그것은 그들이 몸단장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제임스 고맨
우리는 종종 고양이의 유연한 몸놀림에 감탄한다. 이 녀석들이 얼마나 유연한지는 ‘그루밍’을 할 때 보면 안다. 인간의 요가 자세보다 난도가 높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시도 때도 없이 그루밍에 빠져 있는 동물은 고양이가 유일할 것이다. 사실 고양이는 하루 3분의 2를 잠으로 보내는데, 깨어 있을 때 상당한 시간을 또 그루밍으로 보낸다. 흔히 그루밍을 ‘고양이 세수’쯤으로 생각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건강한 털 관리에 있다. 고양이는 돌기가 가득한 혀로 빗질하듯 죽은 털을 골라내고 엉킨 털을 풀어 뭉치지 않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삼킨 털이 뭉쳐 덩어리를 이룬 것을 ‘헤어볼’이라 하는데, 길고양이는 풀을 먹음으로써 헤어볼을 토해내거나 변으로 배출해 제거한다. 그루밍은 체온조절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여름에는 침으로 털을 문지르고 나면 한결 시원해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심리적 안정을 위해 털을 고르기도 하고, 새끼고양이의 경우 어미고양이가 그루밍을 해줌으로써 털 관리와 배설을 돕는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한데, 실제 아프거나 늙은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지 못해 털이 뭉치거나 지저분한 상태가 된다.
어떤 전문가들은 고양이들끼리의 그루밍을 친목을 위한 ‘소셜 그루밍’이라고도 한다. 굳이 이렇게 품앗이 그루밍을 하지 않고 자기만의 그루밍을 하는 행위 역시 사회적 친목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밥을 먹고 난 뒤 단독으로 따로 그루밍을 하기보다 단체로 모여 할 때가 훨씬 더 많았다. 그루밍도 전염되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그루밍을 시작하면 어느새 고양이 그룹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때 그 광경을 찬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하나 볼 수 있다. 어느 순간 희한하게 서로 동작과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인간계의 매스게임(집단체조)을 연상하면 되겠다. 이건 우연의 일치라기보다 서로 보조와 박자를 맞춘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집단 그루밍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 과정과 질서정연함에 저절로 감탄이 나올 때가 있다.
인간의 시선으로 보면 이는 야외에 마련된 공중목욕탕인 것이다. 그루밍이 끝나면 녀석들은 저마다 같은 자리에 눌러앉아 ‘앙냥냥’ 재잘재잘 수다를 떤다. 아마 동네의 ‘핫한’ 뉴스를 주고받거나 어제 만난 캣맘에 대해 뒷담화 중이거나 중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게 틀림없다. 찜질방에서 한바탕 사우나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삶은 달걀을 까먹고 식혜도 마셔가면서 수다를 떠는 인간계의 친목과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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