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여행자와 애묘인들이 첫손에 꼽는 고양이 천국이 있다면, 터키일 것이다.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를 봐도 터키의 고양이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에는 폭설과 한파가 몰아닥친 이스탄불에서 길고양이를 위해 상가문을 열어주거나 난로를 거리에 내놓은 외신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SNS 스타였던 길고양이 ‘톰빌리’가 세상을 떠나자 이스탄불 시민들이 동상 설립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평소 톰빌리가 자주 머물던 장소에 기념동상을 세운 뉴스는 국내 애묘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몇 년 전, 나는 일주일 넘게 이스탄불을 여행했다. 주로 머무른 곳이 소피아 광장 근처였는데, 거의 날마다 인근의 술탄 아흐메트 공원을 찾았다. 흔히 고양이 마니아들에게 ‘고양이 공원’으로 통하는 곳이다. 공원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고양이들이 앉아 “어서 와! 고양이 공원은 처음이지?” 하며 사람의 위아래를 훑어보곤 한다. 손에 케밥이나 빵이 있는지, 아니면 고양이를 위해 따로 먹이를 챙겨왔는지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 고양이들은 따로 사료 급식을 받으면서도 공원을 찾는 관광객에게 간식을 받는다. 말이 받는 거지, 거의 강탈에 가깝다.
실제 내가 공원을 찾은 첫날부터 고양이들은 단체로 내 앞에 몰려와 간식 검사를 했는데, 빈손으로 온 것을 확인하자 곧바로 다른 관광객을 찾아갔다. 때마침 건너편 벤치에 케밥과 샐러드를 든 관광객 2명이 나타났고, 고양이들은 우르르 달려가 그들을 포위했다. 결국 한 여성이 포장해온 음식의 절반 이상을 고양이에게 헌납했다. 여성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태연하게 고양이들과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이곳에서는 고양이들에게 음식을 빼앗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누구도 그것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들은 고양이들과 사진 찍기에 바빴다.
더러 여행자들 중에는 순전히 고양이를 보러 이곳에 오는 이도 많다. 공원의 고양이들은 옆에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신경 쓰지 않을뿐더러, 사람이 있더라도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았다. 몇몇 고양이는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다가와 ‘부비부비’를 하고 자진해 ‘무릎냥이’가 되어주었다. 용감한 고양이들은 처음 보는 여행자들의 가슴에 스스럼없이 안겼다. 아무렇지 않게 여행자와 하이파이브를 하는 고양이도 있었다. 한밤중에도 이곳 고양이들은 공원을 떠나지 않는다. 밤이면 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들이 찾아와 바리바리 싸온 사료를 내려놓고 물을 갈아준다.
이른 아침 공원에선 가슴 뭉클해지는 풍경도 만날 수 있다. 갈 곳 없는 노숙자가 공원 벤치에 쪼그려 잠을 자는 동안, 그의 곁에서 함께 체온을 나누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터키에서는 관광지 어디를 가든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아야소피아 박물관에는 아예 실내를 드나드는 유명한 고양이가 있고, 광장 너머 블루모스크에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관광객에게 ‘삥’을 뜯는다. 일종의 ‘영업 고양이’인 셈이다.
고양이 작가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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