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한 작가의 첫 고양이 희봉이와 깜냥이. 이용한
10년 전, 어느 날 고양이가 나에게로 왔다. 달빛이 휘영청 골목을 비추던 밤이었다. 버려진 은갈색 소파에 어미고양이가 아깽이(새끼고양이) 다섯 마리와 앉아 있었다. 하필이면 내가 사는 집 앞에서 그것을 보았다. 달빛 속에 파란 눈을 깜박이며 어미 품을 파고들던 아깽이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오들오들 떨며 ‘제발 우리를 해치지 마요!’ 말하던 눈빛! 그것이 낯선 사람을 만난 두려움 때문인지,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모습이 꽁꽁 숨은 내 측은지심을 자극했다는 것. 내가 한발 더 다가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어미는 ‘하악~’ 위협적인 경고음을 내뱉더니 아깽이들을 이끌고 어두운 골목으로 사라졌다. 총총 어둠 속으로 사라지던 고양이의 발자국 소리! 골목 저쪽에서 다시 한번 이쪽을 바라보던 열두 개의 반짝이는 눈빛 광선들! 나와 고양이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달빛과 소파와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이후 내 머릿속엔 이따금 소파도 아닌 곳에 여섯 마리 고양이가 오종종 앉아 있었다.
그동안 고양이에 아무 관심이 없었고, 좋거나 싫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다. 고양이는 그저 내 관심 밖에서 살아가는 나와 상관없는 동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날의 강렬한 기억은 마법처럼 나를 고양이의 세계로 인도했다. 녀석들을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보름 정도 시간이 흘러서다. 산책이나 하자고 집을 나서는데, 집 앞 컨테이너 공터에서 아깽이들이 장난치고 있었다. 옆에서 지긋이 지켜보는 삼색 어미고양이를 보니 보름 전에 만난 고양이 식구가 틀림없었다.
나는 녀석들을 좀더 가까이 보려고 살금살금 컨테이너로 접근했다. 이번에도 녀석들은 나를 보자마자 컨테이너 밑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고양이에게 너무 서둘러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사실은 대체로 마지막까지 유효했다. 다음날부터 나는 녀석들을 위해 고양이가 먹을 만한 먹이를 내놓았다. 고백하건대, 그때 난 세상에 고양이 사료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이었고, 주변에서 고양이 사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뒤에야 부랴부랴 사료를 사서 녀석들에게 건네기 시작했다.
비로소 고양이들은 ‘아직은 당신을 신뢰할 수 없지만, 주는 먹이는 고맙게 먹겠어요’라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정 거리만 유지하면 곁에 있는 것도 허락해주었다. 내가 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건 바로 이때부터다. 그들이 내 앞에서 두려움 없이 행동하고, 별로 나를 개의치 않고 저희끼리 어울려 놀던 그 무렵! 고양이와 첫 만남 뒤 한 달이 지나서야 나는 그들에게 조심스럽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어떤 마법이 나를 잡아끄는 것처럼 그렇게 나는 한발씩 고양이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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