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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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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밖에 난 몰라

착함의 본심을 파헤치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 구조>
등록 2017-06-03 16:26 수정 2020-05-03 04:28

지난 20년간 하루 약 50억달러씩 기부한 빌 게이츠, 빌 게이츠의 기부운동에 동참해 37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한 투자왕 워런 버핏, 첫아이가 태어나자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이들의 이타적 행동은 정말 불쌍한 이웃을 위한 선의에서 발현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사업 목표를 위해 발현된 것일까?

(갈매나무 펴냄)를 쓴 김학진 고려대 교수(심리학)는 모든 이타적 행위 뒤에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유리한 가치를 선택하며, 이타성이야말로 뇌가 선택한 하나의 생존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착함’의 본심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파헤친다. 공감과 도덕성, 이타심처럼 인간만의 고귀한 본성으로 여겨지던 심리가 뇌의 어떤 활동으로 이루어지는지 살핀다. 뇌혈관을 통해 이동하는 헤모글로빈을 추적하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을 활용해 실험해보니, 타인의 칭찬 같은 사회적 보상을 받을 때와 직접적 보상인 돈이나 음식 등을 얻을 때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이 똑같이 활성화됐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감정과 사고를 종합해서 감정을 통제하고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영역이다.

과도한 인정욕구는 인정중독을 불러온다. 김 교수는 일상적 수준의 감사 표시 등에 오히려 실망감을 느끼면 이런 감정이 분노로 표출된다고 말한다. 개개인이 소외감을 쉽게 느끼고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강한 집단일수록 집단따돌림이나 험담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 역시 세게 나타날 수 있다. 인정중독이 심해질수록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칭찬이나 존경심, 경외심을 받고 싶어 한다. 일례로 ‘땅콩 회항’ 사건을 일으킨 대한한공 조현아 전 상무의 ‘갑질’은 인정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이 책을 덮기 전 자신이 얼마나 인정중독인지 체크해보기를 권한다. 아주 간단하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된다. ‘나는 하루에 몇 번 어느 정도의 강도로 타인을 험담하는가?’ 그 횟수가 많고 강도가 높을수록 인정중독이 강한 사람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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