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마리의 벌 중에서 여왕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왕벌답게 생겼다. 산란을 위해 배가 유난히 길고 밝은색을 띤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처음 양봉 시작할 때 벌통에 여왕벌을 갖다넣으면 되는 거야?”
“일벌은 다 수컷이야?”
미래라이프에디터석 ESC팀 이정국 선배가 내게 물었다. 상상력이 뛰어난 선배다운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벌통과 벌, 각종 장비의 준비를 마친 뒤 벌통에 사는 벌들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
벌의 신분은 여왕벌, 일벌, 수벌로 구분한다. 서양종, 토종벌 등 벌의 종류는 다를 수 있지만 모든 벌이 군락을 이뤄 생활하려면 반드시 여왕벌, 일벌, 수벌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적나라한 표현이지만, 그래서 요하네스 메링이라는 양봉가는 이렇게 말했다. “꿀벌 군락은 하나의 생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여성의 생식기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다.”
양봉을 할수록 벌통이 하나의 생물처럼 느껴진다. 벌통을 지배하는 것은 여왕벌이다. 여왕벌은 무조건 한 마리여야 한다. 여왕벌이 내는 페로몬이 벌통의 일벌을 다스린다. 그렇다고 여왕벌이 항상 일벌 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여왕벌이 건강하지 않아 산란율이 떨어지면, 일벌은 스스로 또 다른 여왕벌을 태어나게 하고 그 여왕벌을 앞세워 집 떠날 준비를 한다. 한 집에서 두 마리의 여왕벌이 살 수 없기 때문에 힘센 여왕벌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정국 선배의 질문에 답한다면 “군락에 여왕벌이 있는지, 한 마리인지 확인한 뒤 여왕벌이 없을 때만 여왕벌을 새로 넣어준다”이다. (여왕벌을 기르고 벌통에 넣는 것은 고급 기술이라 다음에 설명하겠다!) 벌통 가운데 벌집에 여왕벌이 머무는 경우가 많다. 양봉하는 사람들은 여왕벌을 잘 찾기 위해 등에 살짝 색칠을 해두기도 한다.
일벌은 여왕벌의 언니, 동생 혹은 자식이다. 여왕벌이 낳은 유정란 중 로열젤리를 먹여 키우면 여왕벌이 되고 일반 꿀을 많이 먹이면 일벌이 된다. 벌은 곤충이기 때문에 애벌레·번데기 기간을 거치는데 여왕벌은 16일, 일벌은 21일이 지나야 태어난다. 여왕벌만이 교미와 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벌의 성별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지만, ‘일벌은 수컷이야?’라는 선배의 질문에 답하자면 일단 “수벌은 아니다”.
일벌은 말 그대로 일하는 벌이다. 여왕벌을 보위하고, 여왕벌이 낳은 알을 기르고 꿀과 꽃가루가 든 벌집을 청소하고, 말벌이나 남의 집 벌의 침입을 막는 등의 일을 한다. 건강한 여왕벌은 1~2년도 사는데 일벌은 45일이면 죽는다.
물론 벌 군락 가운데는 수벌도 있다. 수벌이 존재하는 이유는 처녀 여왕벌과 ‘혼인비행’을 하기 위해서다. 수벌은 한 번 교미 뒤 바로 죽는다. 여왕벌은 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무정란을 낳는다. 무정란이 24일 동안 자라면 수벌이 된다. 수벌은 일벌보다 덩치가 크다. 눈과 배가 까맣고 커서 얼핏 보면 마치 파리같이 생겼다.
4월11일 기준 서울의 아침 기온 13℃. 비가 내린 남부 지방은 9~10℃를 기록했다. 서울의 벌은 아직 얌전히 벌통 앞을 오간다. 도시 곳곳에 이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벌이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아침 기온이 낮아서다. 보통 벌은 아침 기온 15℃가 넘으면 활발하게 움직인다. 벌의 생체리듬과 벚꽃 개화 시기가 맞았다면, 벚꽃이 좀더 오래 피어준다면, 도시인들은 아카시아꿀보다 벚꽃꿀을 더 많이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벌의 생태가 궁금한 독자에게는 위르겐 타우츠의 책 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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