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하는 데 필요한 필수 도구 6가지는 무엇일까요?”
지난해 봄, 양봉 수업 두 번째 시간에 동료 도시양봉가들과 손가락을 꼽으며 풀던 문제다. 정답은 벌, 벌통, 훈연기, 내부 검사용 칼, 솔, 방충복이었다.
한 해 양봉을 해보면 이 6가지 말고도 소비(벌집), 급수기, 화분떡(화분 뭉쳐둔 것), 개미산, 옥살산, 벌통 내·외부 덮개 등 계절별로 필요한 양봉 도구가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는 천천히, 계절의 변화에 따라 준비하면 된다. 노력과 경험이 몸에 배어 ‘프로농사꾼’이 되기 전까지는 배워야 한다. 땅을 구했으니 필수 도구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양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벌이다. 농촌진흥청에서 펴낸 농업기술 길잡이15 책 을 보면 “아무리 밀원식물이 풍부하고 관리 기술이 뛰어나다 해도 키우고 있는 꿀벌의 형질이 좋지 않으면 결코 양봉산물의 다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유전적으로 병약한 벌은 꿀을 많이 수확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내용도 있다. “어린 벌일수록 좋다. 일벌의 얼굴이 선명하고 털은 많고 길어야 한다. 벌통을 열었을 때 동요하지 않고 온순하면 좋다. 여왕벌의 경우 가슴이 크고 복부는 길면 좋다.”
유전자가 지배하는 자연의 세계에서 외모는 우등과 열등을 가르는 주요한 기준이다. 어릴수록 좋다는 것은, 평균수명이 45일인 일벌의 일생을 고려할 때 젊은 벌이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벌의 외모와 나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니 활동성을 보고 ‘느낌적 느낌’으로 판단하면 된다. 단, 벌통 안에 기생하는 꿀벌응애 비율이 1%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좀더 전문적으로 본다면, 병·해충 발생 유무, 일벌의 수와 상태, 여왕벌의 산란과 몸 상태, 벌집 상태 등을 조사하는 것이 좋다.
따져볼 건 많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도시양봉가는 양봉 농가에서 벌통과 소비가 들어 있는 벌을 구입해 양봉을 시작한다. 벌 2만~3만 마리가 든 벌통 하나는 2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결국 소비자로서 믿을 수 있는 생산자를 골라야 한다.
원익진 (사)한국양봉협회 서울지회장은 “건강한 벌인 줄 알고 사왔어도 몇 달 지나 병에 걸려 죽는 경우도 있다.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질병 인자를 내포한 경우에 그렇다”라며 “농가는 전해 가을부터 전염병 예방을 철저히 신경 써야 하고, 새로 양봉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벌을 파는 농가가 건강하게 벌을 키우는지 입소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건강한 벌을 태어나게 하기 위해 근친교배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혈통이 다른 여왕벌을 벌통에 넣어줘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벌이 태어나게 하고,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수벌이 교미에 참여하게 한다. 여러 벌통에 사는 수벌을 잡아 그들의 정액을 혼합해 여왕벌과 인공수정하는 방법도 있다.
대부분 국내 양봉장이 서양종 이탈리안벌을 쓴다. 흔히 우리가 아는 벌이다. 이탈리아에서 왔지만 전세계에 퍼져 있다. 이외에 배가 좀더 검은색을 띠는 동유럽의 카니올란벌, 러시아에서 온 코카시안벌이 있다.
이탈리안벌은 꿀이 들어오는 시기에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채밀 성적이 우수해 양봉에 적합하다. 하지만 따뜻한 지중해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추우면 꿀을 많이 먹고 얼어 죽는 약점이 있다. (준비물 2편이 계속됩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친자 인정한 정우성…29일 청룡영화제 예정대로 참석
[단독] 김건희 초대장 700명…정권 출범부터 잠복한 문제의 ‘여사 라인’
이재명 오늘 오후 ‘위증교사 의혹’ 1심 선고…사법 리스크 분수령
‘야스쿠니 참배’ 인사 보내 놓고…일 “추도식에 한국 요구 수용” 강변
세계 5번째 긴 ‘해저터널 특수’ 극과 극…보령 ‘북적’, 태안 ‘썰렁’
한동훈, 동덕여대에 누워 발 뻗기 [그림판]
[사설] 의혹만 더 키운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해명
박홍근 “휴대폰 바꾼 대통령 부부, 폐기하면 증거인멸…수사기관에 제출하라”
한동훈 “날 끌어내리려는 것이냐”...‘당원게시판 의혹’ 공개 설전
“어무이 부르면, 오이야 오이야…” 국어 교과서 실리는 할머니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