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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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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풍년이 왔네

올해 첫 채밀… 또 한번의 채밀 전 장마철 무밀기 대비해야
등록 2017-07-13 18:07 수정 2020-05-03 04:28
벌집이 탐스러운 꿀로 가득 차 있다. 최우리

벌집이 탐스러운 꿀로 가득 차 있다. 최우리

풍년이다. 서울 동대문 호텔 옥상에 설치한 벌통에는 꿀이 정말 잘 들어왔다. 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불고 주변 환경이 파괴되지도 않았고…. 일주일에 한 번 내검하러 갈 때마다 지난주에 넣은 새 벌집(소비)에 맑고 반짝거리는 꿀이 차 있어 마음이 부자 된 듯 기뻤다.

아카시아꽃이 지고 밤꽃이 피기 전인 6월15일, 올해 첫 채밀을 했다. 주변에서 도시 양봉을 왜 하냐고 물으면 가장 먼저 “꿀 때문”이라고 답한다. (물론 꿀 말고도 벌에 대한 호기심이나 환경친화적 삶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 정성껏 돌본 벌이 주는 (혹은 사람에게 빼앗기는) 꿀의 맛은 다른 어떤 꿀과 비교가 안 된다.

이날 채밀한 꿀만 30kg짜리 두 통을 가득 채웠다. 동대문 꿀은 벌이 남산에 핀 여러 종류의 꽃에서 따온 꽃꿀이니 잡화꿀이다. 내게 벌통 관리권을 넘긴 원주인인 예비 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의 신유나 교육홍보팀장은 “올해 서울 도시 양봉장 중 동대문 호텔 옥상의 꿀 양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일은 벌이 다 했는데 내가 칭찬받은 것처럼 으쓱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벌통 주인은 먼저 벌통을 두었던 옥상 소유주인 호텔 쪽에 꿀을 나눠줘야 한다. 호텔은 꿀과 꿀비누, 밀랍초 등으로 구성된 선물세트를 만들어 판매했다. 호텔은 그 선물세트를 7월부터 호텔을 찾은 특별한 손님에게 선물할 계획이다. 소작농인 나는? 나도 약간의 꿀을 받는다. 꽃이 지는 8월 이후 다시 채밀을 하니 그때 또 한번 꿀을 얻을 수 있다!

8월 채밀을 앞두고는 장마에 대비해야 한다. 요즘은 장마보다 열대성 스콜 같은 소나기가 더 많이 내려 ‘마른 장마’라고 부르지만 그래도 한 해 가장 많이 비가 내리는 시기다.

장마철은 곧 무밀기다. 비가 와 벌이 비행을 못해서기도 하지만, 보통 6월 말 밤꿀이 들어오는 시기가 끝나면 새로 피는 꽃을 거의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꽃인 해바라기, 코스모스를 기다리는 정도다. 무밀기는 8월 중순까지 50~60일 동안 이어진다. 꿀이 안 들어오는 이 시기에 벌은 잘 쏜다. (내 느낌이다.)

폭설을 앞두고 차량 정비하듯 약간의 대비가 필요하다. 벌통 위에 스티로폼으로 비를 가리는 천막을 만들어주거나 비바람에 벌통이 날아가지 않도록 벌통 위에 벽돌을 올려둔다. 또 벌이 복작복작 안에만 모여 있으니 벌통 환기가 중요하다. 환기를 잘해야 부저병(벌이 자라다 썩어 죽는 병)이나 응애(벌에 기생하는 해충)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개체 수 관리도 필요하다. 벌집 한 면에 60~70%만 벌이 붙어 있으면 된다. 너무 많으면 분봉(봉군이 벌통을 떠남)이 나거나 강한 봉군이 약한 봉군의 꿀을 훔쳐오는 도봉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만영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실장은 “무밀기는 벌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다. 전염병을 예방하려면 일단 벌이 건강해야 한다. 건강한 벌은 병든 벌을 바로바로 제거해 전염병이 퍼지지 않게 한다. 또 응애 방제를 잘해야 겨울에 건강하다”고 말했다. 다음회에 벌 전염병과 예방법을 더 알아보자.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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