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계절이 돌아왔다.
가로수에는 새로 돋아난 잎이 희망을 뽐낸다. 마음이 지옥인 어떤 날에는 날씨가 이렇게 좋아도 되나 싶다.
4월29일 토요일 오전, 초보 양봉가는 올해의 양봉을 시작하러 서울 동대문 한 호텔 옥상으로 향했다. 이곳이 바로 전대차계약으로 지난겨울에 구한 ‘도시 양봉장’이다. 호텔이 예비사회적기업 ‘어반비즈서울’에 땅을 빌려줬고 다시 내가 어반비즈서울로부터 벌통 관리권을 산 것이다. 남서쪽으로 남산이 보이고, 가까이는 동대문 고층 쇼핑몰이 즐비한 도심 건물 옥상에 벌통이 있다는 사실을 도시인들은 알고 있을까? 뿌듯했다.
양봉은 벌이 지배하는 벌통을 관리하는 일이다. 현명한 벌이 알아서 다 잘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들여다봐야 한다. 꿀은 잘 모으는지, 산란은 잘하는지 등 별일 없는지를 살펴본다. 양봉 용어로 이를 ‘내검’이라고 부른다.
방충복을 입고 벌통 뚜껑을 연다. 벌이 만든 열기가 훅 올라온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란 벌이 날아오르기 전에 훈연기로 연기를 퐁퐁 내준다. 연기를 싫어하는 벌이 벌통 아래로 몸을 감추면 벌집을 하나씩 들어올린다. 보통 벌집 사이에 끈적끈적한 프로폴리스가 붙어 있는데 내검 칼로 이를 떼어낸 다음 벌집 간격을 벌리면 쉽게 벌집을 빼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왕벌의 유무다. 여왕벌이 있어야 벌 무리가 지속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왕벌은 보통 여러 장의 벌집에서 가운데 벌집에 머물 확률이 높다. 가운데 벌집을 중심으로 배가 긴 여왕벌이 있는지 확인한다.
찾아도 찾아도 여왕벌이 안 보이는 날이 있다. 그때는 여왕벌이 낳은 알이 있는지, 며칠 된 알인지 판단해 여왕벌의 생사 여부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여왕벌은 방에 하나씩 알을 낳는데 알이 성충(일벌)이 되기까지 21일이 걸린다. 바나나처럼 하얗고 투명한 알의 모습은 3일, 방을 꽉 채운 하얀 애벌레로 자라는 게 6일, 방문을 닫고 그 안에서 번데기가 된 뒤 성충이 되기까지가 12일이다. 아직 애벌레가 되지 않은 알이 있다면 여왕벌이 벌통 안에 있을 확률이 높다.
여왕벌이 알을 잘 낳고 일벌이 양육을 잘하면 벌 무리의 세력(벌 수)은 커진다. 수가 늘어나야 꿀도 많이 따올 수 있다. 봄은 꿀을 모으는 시간이다. 양봉가는 벌이 산란을 멈추지 않고 꿀도 계속 모을 수 있도록 돕는다. 벌은 자기 배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방을 만들어 그 안에 꿀과 알을 보관한다. 양봉가는 벌이 방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벌통 안에 나무틀(벌집)을 제때 추가해줘야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낸 책 에서는 “벌의 증식기를 거쳐 유밀기(꿀 모으는 시기)에 이르면 벌 무리당 이틀에 벌집 한 장씩 꿀로 채운다”고 한다.
일반 벌통에는 벌집 10개가 들어간다. 세력은 큰데 벌집을 늦게 추가하면 빈 공간에 방을 만들어버려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너무 빨리 벌집을 넣어주면 효율적으로 방을 만들지 못한다. 벌통 안에 벌집을 넣을 때는 벌이 가장자리에 꿀 모으는 습성을 이용한다. 꿀방(꿀을 모으는 벌집), 번데기방, 애벌레방, 알방, 성충되기 직전 번데기방, 꿀방 식으로 배열하는 것이 좋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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