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벌통의 명당자리

양봉 필수 준비물 2편

벌통 입지 선정과 관리
등록 2017-04-01 11:34 수정 2020-05-03 04:28
도시양봉가들이 훈연기를 사용해 벌통 안 벌을 달래고 있다. 방충복 착용은 ‘기본 방어’ , 훈연기 사용은 벌의 공격에 대항하는 ‘적극 방어’쯤 되겠다. 최우리

도시양봉가들이 훈연기를 사용해 벌통 안 벌을 달래고 있다. 방충복 착용은 ‘기본 방어’ , 훈연기 사용은 벌의 공격에 대항하는 ‘적극 방어’쯤 되겠다. 최우리

벌이 준비됐다면 벌통이 필요하다. 흔히 보는 네모난 상자 모양의 벌통을 ‘랑스트롱스(langstrongth) 벌통’이라고 부른다. 미국 양봉가 랑스트롱스가 만들었기 때문인데, 관리하기 편해 상업용으로 많이 쓰인다. 계상(위로 쌓아올림)이 가능해 꿀을 많이 모을 수 있지만, 분봉(벌이 집을 떠남)이 나기 쉽다. 또 다른 벌통은 톱바(top-bar)라고 불린다. 막대기 아래로 벌이 자유롭게 집을 만드는 야생 그대로의 방식이다. 값이 비싸고 효율적인 꿀 수확에는 불리하지만, 벌통 자체가 예쁘고 속이 보이기 때문에 교육용으로 좋다.

사람도 볕이 일찍 드는 남향집에 살아야 부지런해지듯이, 벌통 입구도 남쪽을 보는 것이 좋다. 일찍 해가 들기 때문에 벌이 더 빨리 나가 꿀을 많이 따온다. 가까운 남쪽에 건물이 있다면, 벌이 비행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입지 선정 단계부터 조심해야 한다.

벌통은 지면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 따로 받침대를 두고 10~20cm 높게 올려둬 바닥과 벌통 사이로 통풍이 되어야 한다. 벌통을 두기 앞서 바닥에 잡초를 뽑고 청소와 소독을 하자. 땅에 사는 다른 곤충들이 벌통에 침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빗물이 벌통으로 들어오지 않게 벌통 뒤쪽에 깔개를 덧대 앞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한다.

여러 개의 벌통을 두었다면 벌통 간격을 조절하자. 벌무리(한 벌통에 사는 봉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페로몬은 그 집을 지배하는 여왕벌마다 다르다. 만약 벌통이 너무 가깝게 붙어 있으면 벌들이 옆집을 자기 집으로 착각해 잘못 들어갈 수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간 벌은 침입자로 발각돼 일당백으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수 있다. 벌의 이동이 적은 월동기에는 벌통 간격을 좁혀줘 벌통과 벌 스스로 보온을 하도록 돕는다.

훈연기는 벌통 안을 검사(내검)할 때 필요하다. 벌이 벌통 안에서 와글거리기만 하면 고맙지만, 벌통 밖으로 무섭게 날아오르는 날도 있다. 그때 훈연기가 필요하다. 쑥이나 왕겨, 때로는 신문지를 불쏘시개로 사용해 안전하게 연기를 피운다. ‘퐁퐁’ 연기를 몇 번 내뿜으면 연기를 싫어하는 벌들이 알아서 숨는다. 단, 훈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벌이 열받을 수 있다. 아마 담배를 매우 많이 피우는 도시양봉가라면,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도 몸에서 담배 연기가 난다면, 벌에게 쏘일 걱정은 줄어든다.

금속 재질의 뾰족한 창 같은 내검칼과 빗자루 같은 작은 솔은 벌통 관리 용구다. 일벌은 죽은 애벌레나 벌을 알아서 치울 만큼 깔끔하지만 직접 관리할 수 없는 것들을 도시양봉가가 보조한다. 일벌은 벌집과 벌집 사이를 노란 프로폴리스(나무의 잎과 수액을 모아 만든 끈적끈적한 물질)로 막아 불순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이를 떼어낼 때 내검칼이 유용하다.

배 아래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직접 집을 짓는 일벌은 가끔 인간이 만들어둔 벌집틀 밖에까지 헛집을 짓기도 한다. 야생에서는 내버려둬도 상관없지만 관리하려면 없애주는 편이 낫다. 또 응애 기생이 쉬운 수벌이 자라는 애벌레방의 수를 조절하거나 여왕벌이 있는 벌무리에서 발견된 또 다른 왕대(여왕벌이 자라는 집)를 제거할 때 등 창과 칼을 사용하는 순간이 꽤 있다. 솔은 내검하기 위해 벌집을 들어올렸을 때 미처 자리를 떠나지 못한 벌을 쫓아낼 때나 벌통 청소를 할 때 필요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독자  퍼스트  언론,    정기구독으로  응원하기!


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인터넷신청▶ http://bit.ly/1HZ0DmD
카톡 선물하기▶ http://bit.ly/1UELpok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