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준비됐다면 벌통이 필요하다. 흔히 보는 네모난 상자 모양의 벌통을 ‘랑스트롱스(langstrongth) 벌통’이라고 부른다. 미국 양봉가 랑스트롱스가 만들었기 때문인데, 관리하기 편해 상업용으로 많이 쓰인다. 계상(위로 쌓아올림)이 가능해 꿀을 많이 모을 수 있지만, 분봉(벌이 집을 떠남)이 나기 쉽다. 또 다른 벌통은 톱바(top-bar)라고 불린다. 막대기 아래로 벌이 자유롭게 집을 만드는 야생 그대로의 방식이다. 값이 비싸고 효율적인 꿀 수확에는 불리하지만, 벌통 자체가 예쁘고 속이 보이기 때문에 교육용으로 좋다.
사람도 볕이 일찍 드는 남향집에 살아야 부지런해지듯이, 벌통 입구도 남쪽을 보는 것이 좋다. 일찍 해가 들기 때문에 벌이 더 빨리 나가 꿀을 많이 따온다. 가까운 남쪽에 건물이 있다면, 벌이 비행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입지 선정 단계부터 조심해야 한다.
벌통은 지면과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 따로 받침대를 두고 10~20cm 높게 올려둬 바닥과 벌통 사이로 통풍이 되어야 한다. 벌통을 두기 앞서 바닥에 잡초를 뽑고 청소와 소독을 하자. 땅에 사는 다른 곤충들이 벌통에 침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빗물이 벌통으로 들어오지 않게 벌통 뒤쪽에 깔개를 덧대 앞쪽으로 살짝 기울어지게 한다.
여러 개의 벌통을 두었다면 벌통 간격을 조절하자. 벌무리(한 벌통에 사는 봉군)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페로몬은 그 집을 지배하는 여왕벌마다 다르다. 만약 벌통이 너무 가깝게 붙어 있으면 벌들이 옆집을 자기 집으로 착각해 잘못 들어갈 수 있다. 남의 집에 들어간 벌은 침입자로 발각돼 일당백으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할 수 있다. 벌의 이동이 적은 월동기에는 벌통 간격을 좁혀줘 벌통과 벌 스스로 보온을 하도록 돕는다.
훈연기는 벌통 안을 검사(내검)할 때 필요하다. 벌이 벌통 안에서 와글거리기만 하면 고맙지만, 벌통 밖으로 무섭게 날아오르는 날도 있다. 그때 훈연기가 필요하다. 쑥이나 왕겨, 때로는 신문지를 불쏘시개로 사용해 안전하게 연기를 피운다. ‘퐁퐁’ 연기를 몇 번 내뿜으면 연기를 싫어하는 벌들이 알아서 숨는다. 단, 훈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벌이 열받을 수 있다. 아마 담배를 매우 많이 피우는 도시양봉가라면,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도 몸에서 담배 연기가 난다면, 벌에게 쏘일 걱정은 줄어든다.
금속 재질의 뾰족한 창 같은 내검칼과 빗자루 같은 작은 솔은 벌통 관리 용구다. 일벌은 죽은 애벌레나 벌을 알아서 치울 만큼 깔끔하지만 직접 관리할 수 없는 것들을 도시양봉가가 보조한다. 일벌은 벌집과 벌집 사이를 노란 프로폴리스(나무의 잎과 수액을 모아 만든 끈적끈적한 물질)로 막아 불순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이를 떼어낼 때 내검칼이 유용하다.
배 아래에서 나오는 밀랍으로 직접 집을 짓는 일벌은 가끔 인간이 만들어둔 벌집틀 밖에까지 헛집을 짓기도 한다. 야생에서는 내버려둬도 상관없지만 관리하려면 없애주는 편이 낫다. 또 응애 기생이 쉬운 수벌이 자라는 애벌레방의 수를 조절하거나 여왕벌이 있는 벌무리에서 발견된 또 다른 왕대(여왕벌이 자라는 집)를 제거할 때 등 창과 칼을 사용하는 순간이 꽤 있다. 솔은 내검하기 위해 벌집을 들어올렸을 때 미처 자리를 떠나지 못한 벌을 쫓아낼 때나 벌통 청소를 할 때 필요하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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