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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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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기도, 쓸쓸하기도 각자도생의 시대

2017년 트렌드 서적들이 짚은 개인화 경향 강화와 세계 각국의 고립주의, 배경은 기술 발전과 경기 침체
등록 2016-12-30 16:01 수정 2020-05-03 04:28

다음해 경향을 짚는 트렌드 서적들의 진단에 따르면 2017년은 세계적인 ‘각자도생의 시대’(, 김난도 외 지음, 미래의창 펴냄)가 될 것 같다. 개인도, 국가도 모든 것을 홀홀 버리고 혼자가 되는 걸 택한다는 것이다.

은 사람들이 어깨를 겯고 북적이는 것보다 고립을 택한 배경에 경기 침체 지속, 예측 불허의 자연재해, 무능한 정부, 기술 발전 등이 있다고 분석한다.

소비 경향은 시대의 마음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2016년 9월 경북 경주 지진 이후 온라인쇼핑몰에서 히트한 ‘생존배낭’이 있다. 일본의 지진 안내 책자 를 참고해 만든 이 배낭은 재난 상황에서 72시간을 버틸 수 있는 물품을 담은 것이다. 생존배낭에 이어 20만원 상당의 ‘피난배낭’ 세트도 쇼핑몰에서 불티나게 팔렸는데, 이는 재난이 닥쳤을 때 국가가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대응할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국민의 심리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각자도생의 인구학적 배경으로 1인 가구 급증이 있다. 1인 가구는 세계적 흐름이다. 스웨덴의 1인 가구 비율은 34%에 이르고, 한국도 네 가구당 한 가구꼴로 혼자 산다. 저자들은 이들이 만드는 경제를 ‘1코노미’라고 명명했다. ‘1인’과 ‘이코노미’(economy)를 결합한 이 단어는, 대한민국 전반에 걸친 소비 패턴의 변화를 설명한다. 이들은 한 손에 젓가락을, 다른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혼자 밥을 먹으면서 끊임없이 SNS에 접속해 타인과 소통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지면서 “서로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서만 모이며 각자의 신상에 단단한 ‘철벽’을 치고 ‘느슨한 모임’을 선호”하는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의 개인화 경향과 조금 결은 다르지만, 세계 각국도 ‘고립주의’ 흐름에 올라탔다. (김윤이 외 지음, 생각정원 펴냄) 저자들은 빅데이터와 모바일, 인공지능 등을 바탕으로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역설적으로 대두되는 게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이를 가장 극명하고 가깝게 보여주는 현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브렉시트라고 꼽는다. 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유럽연합이 표방한 무국경 교류와 상생에 안녕을 고했다. 브렉시트로 파운드화가 급락한 반면, 엔화와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각국이 앞다퉈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트럼프는 미 대선 후보 당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극단적 배타성을 드러냈다.

짙어지는 개인화 경향은 (커넥팅랩 지음, 미래의창 펴냄)이 주목한 온디맨드 서비스의 진화와 모바일 컨시어지의 탄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온디맨드 서비스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언제든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다주세요” 한마디면 마트 장보기 대행부터 맛집 음식 배달까지 가능한 심부름 애플리케이션 ‘띵동’의 급성장은 공고해진 온디맨드 서비스 시장을 증명한다.

2017년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집사 모델’을 제시한다. ‘모바일 컨시어지’의 등장이다. 기존 온디맨드 서비스가 요구 사항을 해결해주는 데 만족했다면, 모바일 컨시어지는 고객 요구에 “이런 물건을 골랐다면, 이건 어떨까요?”라고 한발 더 나아가 맞춤 제안하는 식이다. 사용자 정보를 정교하게 파악해 ‘개인화 추천’을 제공하는 모바일 컨시어지의 대표적 모델은 인공지능 ‘챗봇’이다. 이를테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취향에 맞는 여행 일정을 추천해주거나,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 미리 물어보지 않아도 여행지 날씨를 검색해 비 예보가 있으니 우산을 꼭 준비하라는 식이다.

이외에 트렌드 서적들은 가상현실, 생각하는 공장, 디지털 헬스케어 등 발달된 기술이 변화시킬 새 시대의 밑그림을 그렸다. 한편으로 경기 침체로 인한 새로운 소비 경향인 ‘B+ 프리미엄’(기존 가성비만으로는 부족하고 거기에 프리미엄이 있어야만 지갑을 여는 소비 경향)이 대두되고, ‘버려야 산다’는 기조의 미니멀리즘이 오래 지속되리라고 예측했다.

휘황찬란하게 발전하는 기술과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디플레이션이 공존하는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2016년이 저물고, 새해가 오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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